또 다시 SNS의 폐해... 누리꾼들의 ‘자성’과 ‘자제’가 절실
또 다시 SNS의 폐해... 누리꾼들의 ‘자성’과 ‘자제’가 절실
  • 조석남
  • 승인 2023.07.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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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대로 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제하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조석남의 에듀컬처] SNS의 폐해가 또다시 드러났다.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6대를 덮쳤다. 청주공항과 오송역을 오가는 747번 버스도 포함됐다. 노선대로라면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가선 안 되는 버스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성급했다. 버스 기사에 대한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버스 기사가 무단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거나 “버스 기사가 승객들을 버리고 혼자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는 지시에 따라 우회했고, 버스에 남아 창문을 깨 4~5명의 승객을 구한 뒤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서울 서초동 서이초등학교 2년차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서도 누리꾼들은 신중하지 못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제기된 의혹을 SNS로 옮기면서 기정사실로 증폭시켰다. “교육청이 엠바고를 걸었다”, “학부모 집안이 대단해 기사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아버지가 3선 정치인이다” 등으로 단정했다.

이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정치인 연루설을 쓴 최초 작성자가 사과 글을 올리고 게시물을 삭제한 후 ‘네티즌 수사대’가 지목했던 국회의원을 찾아가 선처를 구했지만 너무 늦었다. 해당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연루설을 제기한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SNS 사용이 단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면서 부정적 측면도 부각

심리학자와 IT 전문가 등은 10여년 전부터 두 얼굴을 가진 SNS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위해성을 지적하고 잘 사용하는 방법들을 얘기해왔다. 그러나 악의적이고 몰지각한 SNS 사용 행태는 줄어들지 않았다. 요즘엔 유튜버들까지 가세해 소문을 마치 사실인 양 말하면서 조회수 높이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SNS는 인간관계를 확장시키는 한편 사람들의 정보와 지혜를 나누는 곳이다. 때론 사회 변혁을 촉진시키는 매개체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무바라크 정권을 30년 만에 무너뜨린 이집트 시민혁명을 비롯해 리비아·쿠웨이트·바레인 등 중동국가들을 거쳐 중국 정권까지 위협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전파한 매체가 바로 SNS다.

그러나 SNS 사용이 단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면서 부정적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 지나친 개인정보 공개나 프라이버시권 침해, 보안 문제가 대표적이다. 오송 버스 기사의 경우 정보가 확인과정 없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특성이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SNS는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거짓 정보를 쉽게 유통할 수 있는 구조다. 다른 사람의 SNS 내용에 대해 자의적인 추측이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익명을 보호막처럼 여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내 SNS에 옮기지 말아야 한다.

유튜브 진행자가 유명인이라고 무조건 신뢰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사안도 아닌 사건 사고를 정치 문제로 치환시켜 극단적 진영논리에 따라 해설하면서 혐오성, 선정성, 인신공격성 발언을 예사로 한다.

직접 쓰든 다른 이의 글을 옮기든 공개 글을 올리면 그 책임은 본인에게

구독자와 조회수를 높이고 후원금과 슈퍼챗을 받기 위해서다. 그 말을 SNS에 옮기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내용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딥페이크와 교묘한 편집, 거짓 자막으로 만든 영상도 넘쳐나고 있다.

SNS는 사회적 공간이다. 직접 쓰든 다른 이의 글을 옮기든 공개 글을 올리면 그 글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 건전한 이용문화를 만드는 의무도 SNS 이용자 각자에게 있다. 사실 그대로 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제하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마녀사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중은 항상 뒷북을 친다. 누군가를 공격하다가 그가 사라지고 나면 뒤늦게 후회하고 애석해 한다. 하지만 또 다시 누군가를 할퀼 날카로운 발톱은 감추고 있다”는 한 누리꾼의 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 공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에 숨어들어 ‘의인’을 ‘악인’으로 만들고, 고귀한 생명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폭력은 ‘SNS 시대의 비극’이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누리꾼들의 ‘자성’과 ‘자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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