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민간 293개 단지도 전수점검...LH아파트 '총체적 부실'
'무량판' 민간 293개 단지도 전수점검...LH아파트 '총체적 부실'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3.08.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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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서 보강철근 누락,설계대로 시공도 안돼...감리·LH 감독기능도 작동안해
"건설시스템 전반의 문제"...LH 전관예우도 이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같은 구조를 적용한 단지를 중심으로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자체보다는 설계,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설시스템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지하주차장 철근누락 15개 단지 상세현황을 살펴보면 설계부터 시공, 감리, LH의 관리·감독 등 전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로 지하주차장을 지은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사용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준공된 민간아파트는 188개 단지이며, 현재 무량판 구조로 공사중인 곳은 105개 단지다. 

모두 293개 단지가 조사 대상이다. 안전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보강공사를 하기로 했다.

 '설계·감리·시공·감독' 全과정 부실

발표된 15개 LH 아파트 가운데 일부 단지는 설계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주변 보강철근이 누락됐다. 이는 설계책임으로, 구조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구조계산은 됐지만 설계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빠뜨린 곳들이다.

일부 단지는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무량판 설계에 대한 이해와 작업자 숙련도가 부족해 시공문제가 있었다고 지적된 곳은 15개 단지 중 5곳이다. 

시공업체는 삼환기업, 이수건설, 남영건설, 양우종합건설, 에이스건설 등이다.

특히, 양주 회천은 철근이 설치돼야 하는 기둥 154개 전체에서 누락이 확인됐다. 남양주 별내와 음성 금석에선 다른 층 도면으로 철근을 설치해 각각 126개(42%), 101개(82%) 기둥에 필요한 철근이 빠져 있었다.

부실은 설계,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발견됐다. 15곳 가운데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주변 보강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돈을 아끼려고 고의로 철근을 빼먹었다기보다는 설계·감리·시공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근누락 아파트 시공사는 대보건설, 대림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건설, 양우종합건설 등 13곳이며 설계도 각각 다른 업체가 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건설인력은 현장단위로 채용하고, 그 현장의 공사가 끝날 때까지만 시공사 소속으로 일하기 때문에 충분한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면서 "건설물량이 증가하는 만큼 인력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설계·시공상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까다롭게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발주청인 LH는 설계·시공·감리 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결국 업계의 건설시스템 전반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한준 LH 사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다.

◇전관예우 카르텔 먹이사슬

LH에 대해선 '전관예우'가 설계와 구조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 검단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은 LH의 '전관특혜'라며 감사원 감사청구 계획을 밝혔다.

경실련은 "검단 아파트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영입업체"라며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사들이 사업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실련은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내용을 분석해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한준 사장은 "LH는 대한주택공사 시절부터 60년이 된 조직이라, 살펴보니 어느 업체를 선정하든 LH 전관들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며 "얼마나 많냐, 적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단 아파트 설계·감리사의 경우, 수주에서 탈락한 업체의 LH 출신 전관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H는 설계·감리사를 선정할 때 LH 출신 직원이 누가 있는지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고, 허위명단을 제출하면 계약을 취소하고 향후 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을 '척결' 대상으로 지목했다. 원 장관은 "설계·시공·감리·LH 담당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내부적으로 정밀조사해 인사조처와 수사의뢰, 고발조치까지 할 계획"이라며 "LH 안팎의 총체적 부실을 부른 이권 카르텔을 정면 겨냥해 끝까지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분양 5개·임대 10개 단지 1만여세대 여파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는 ▲파주 운정(A34 임대·1448세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380세대) ▲아산 탕정(2-A14 임대·1139세대) ▲음성 금석(A2 임대·500세대) ▲공주 월송(A4 임대·820세대) 등 5곳이다.

입주중인 단지는 수서 역세권(A-3BL 분양·597세대), 수원 당수(A3 분양·400세대),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822세대) 등 3곳이다.

오산 세교2(A6 임대·767세대)는 공사를 마치고 다음 달 30일 입주가 예정돼 있다.  공사중인 단지는 ▲파주 운정3(A23 분양·1012세대) ▲양산 사송(A-2 분양·479세대) ▲ 양주 회천(A15 임대·880세대) ▲광주 선운2(A2 임대·606세대) ▲양산 사송(A-8BL 임대·808세대) ▲인천 가정2(A-1BL 임대·510세대) 등 6곳이다.

철근누락 15개 단지 세대수는 모두 합하면 1만1168세대에 달한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바로 지지한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으려면 기둥주변에 철근(전단보강근)을 여러 겹 감아줘야 하는데, 문제 단지들은 철근을 필요한 것보다 덜 썼다.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은 붕괴사고로 이어진 바 있다.

국토부는 입주가 진행중인 3개 단지에 대해선 기둥을 덧대고 슬래브 등 보강공사를 마쳤다. 4개 단지는 보강공사를 진행중이다. 8개 단지에 대해선 신속히 보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 별내, 양산 사송, 파주 운정은 1일부터 보강공사에 들어갔다.

보강조치가 끝나면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에서 정밀안전 점검을 거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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