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 자초”…경실련,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단지의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의 배경에는 LH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문제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척결을 강조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에 따르면 LH에서 근무한 2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5년간 재취업한 용역업체 중 LH와 계약이 이뤄진 업체는 9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LH와 2019년부터 올해까지 계약한 설계·감리 건수는 203건, 규모는 2319억원이다.
이러한 전관예우 배경 때문에 아파트 설계 수주 단계부터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업체 역시 LH 전관 영입업체라며 이에 대한 공익감사를 지난 달 31일 감사원에 청구했다.
경실련은 2년 전에도 LH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업체에 대한 '몰아주기'가 있었다고 발표했었다. 2015~2020년에 이루어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을 분석한 결과,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는 게 당시 발표 내용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LH가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7년간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LH 전관예우 문제가 논란을 빚자 이한준 LH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관예우 차단’을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하 주차장 부실시공이 드러난 15개 LH 공공아파트 단지의 감리업체 대다수는 LH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전관 업체였다.
이 가운데 3개 단지의 감리를 맡고 있는 한 감리 업체는 최근 5년 동안 LH로부터 730억 원이 넘는 계약을 수주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단지 주차장 붕괴사고를 감리한 업체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한준 사장은 "LH는 대한주택공사 시절부터 60년이 된 조직이라, 어느 업체를 선정하든 LH 전관들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면서 "얼마나 많냐, 적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전관예우가 이번 사태의 핵심인 공사 관리감독 부실을 얼마나 유발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발주청은 설계, 시공, 감리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특히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LH는 시공사, 설계사, 감리사를 선정하고 승인하도록 규정돼 있어 더욱 권한이 크다.
결국 LH가 자신에게 부여된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부실 시공을 낳은 이권 카르텔을 자초했다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한준 사장은 "감독기관이자 발주청인 LH가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