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회 속 우리 안의 '괴물'들과 느린 아이들
불안한 사회 속 우리 안의 '괴물'들과 느린 아이들
  • 이영미
  • 승인 2023.08.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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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위축된 아이들, 가끔 진정이 안되고 소통도 느려...어디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까 걱정

[이영미 칼럼] 방학을 맞아 아이는 노는 데 익숙해졌는지 치료 스케줄을 힘들어했다.

평소처럼 언어치료를 갔는데 건물 입구부터 크게 울기 시작했다. 자기 만의 시간 틀에서 벗어났을 때 그걸 견디는 아이의 힘겨움을 알지만, 규칙을 가르쳐야 하기에 잡아끌듯이 치료실로 들어갔다. 가는 순간 옆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시끄럽다며 신경질적인 큰 소리를 냈다.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언어 선생님이 놀라셨다. 30년 가까이 교육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 하시며 “요즘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 같아요. 방학 때 단도리를 잘 시켜야겠어요.”라고 하셨다.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여간의 일들로 토론장은 뜨거웠고 잡음도 있었으니까. 그 상황에서 느린 아이를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 준 선생님의 마음이 고마웠다.

아닌 게 아니라 근래 일어난 일들로 느린 아이 부모들이 긴장한 건 사실이었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맘까페에서도 그 일들로 다소 시끄럽긴 했지만, 오히려 그걸 계기 삼아 더불어 산다는 걸 성찰해보자는 글들이 많았다. 

이제 안전이라는 것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다짐도 생각도 무색

어쨌든 우리 아이들은 보호를 받는 중이고 내 아이의 입장만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었다. 그렇게 함께 사는 일, 배려하고 받는 일, 모두의 안전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그래도 따뜻한 말들을 나누고 오히려 더 세심해지고 서로가 조심 들을 한다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느닷없이 일어난 사건과 사고들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하철 역, 평범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들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퇴근길의 시민들, 외출하고 쇼핑하고 길을 걷던 평범하던 누군가의 일상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제 안전이라는 것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다짐도 생각도 무색하게 했다. 어디건 마음 푹 놓고 자유롭게 다니는 것조차 꺼려지게 됐다. 일상이 위협을 받으면서 이 삼복더위에 여름용품 대신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웃지 못할 일들에 허탈해진다.

우리 사회는 대체 어디부터 잘못되었길래 무기처럼 생긴 호신용품이 팔리는 것일까. 사형제를 부활하고 법을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의견이 분분했다. 삼청교육대 부활 얘기도 있었다.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고생을 모르는 세대들이 나약하다는 ‘라떼’의견도 나왔다.

문제가 그리 간단할까. 그들을 죽이거나 가두면 우리 사회는 안전하고 평화로워질까. 약간의 실수에도 벼랑으로 떨어지는 무한 경쟁 사회. 약간의 여유나 포용이 없는 사회인데 엄벌과 사형만 들이면 정답이 될까. 요즘 것들이 문제니까 아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빼앗고 내리 누르면 해결되는 일일까?

아이에게 우리 아이라고 해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그런 마음이 절실

한 30년도 전에 신문에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범죄와 사회질서 등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각 분야마다 존재한다는 말은 ‘문제가 많다’거나 ‘쉽지 않다’는 뜻으로 소비되어 왔다. 

그런데 30년이 지나오는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다.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사건과 사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뉴스는 공포스럽다.

세상은 정말 살기 좋아지고 있을지,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 아이들, 가끔 진정이 안되고 소통도 느린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까 걱정이 앞선다.

그 와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돕고 지구대에 신고한 시민 영웅들의 기사가 눈에 띈다. 내 안전보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은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보통의 시민이었다. 

숨 막히게 불안해진 일상 속에서 작게나마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쉴 틈을 내어 준 그들의 반짝이는 용기와 마음들이 그나마 우리 사회를 빛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이에게 우리 아이라고 해 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그런 마음이 말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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