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구매하는 ‘팬슈머’와 ‘관계인구’
지역을 구매하는 ‘팬슈머’와 ‘관계인구’
  • 정기석
  • 승인 2023.08.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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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지역소멸이라는 범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이나 시책은 일회적이고 단기적

관계인구는 지역의 상품과 서비스, 인문사회적인 지역성까지 공유...지역에 온기와 활력을 더해줄 것

[정기석 칼럼] 인구 감소, 경제 위축, 지역 공동화로 이어지는 지역소멸의 위기감이 점증하고 있다. 지역의 ‘정주인구’는 더 이상 지역에서 태어나지 않고, 지역을 자꾸 떠나고, 지역에서 홀연히 사라지고 있다. 이를 정책이나 제도로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궁여지책으로, 지자체마다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각종 대책을 꺼내들고 나서보지만 역부족이다.

최근 그나마 현실적인 차선책이 등장했다. 이른바 ‘관계인구’, 또는 ‘생활인구’ 늘리기다. 전북 정읍시는 지역과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알리고, 지역에 관심 있는 관계인구 확대를 도모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50+세대(만40~65세)를 대상으로 ‘2023년 농어촌 워킹홀리데이 in 전북’사업이다.

농·어업 농어촌 일자리플러스센터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전문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서울시 중장년을 지역 내 기관 및 경영체에 배치하려는 것이다. 이로써 기업에게는 활성화 대책을 지원하고, 서울시 중장년에게는 일자리 활동과 지역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정읍 지역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는 취지이다.

순창군은 도농교류 활성화를 통한 ‘농촌사랑 동행순창’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의 병원, 주민단체 등 140개 단체와 ‘농촌사랑 동행순창’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대구, 경북, 경남 등의 기관, 단체들도 적극 참여, 영호남 지역교류 확대와 상생발전이라는 시대적 의미까지 구현하고 있다. 순창형 도농교류 모델로 순창에서 워크숍, 팸투어, 농촌체험 등 다양한 교류행사에서 숙박비, 식비, 프로그램 참가비 등을 지원한다. 생활인구·관계인구를 늘리려는 목적임은 당연하다.

관광 및 휴양산업이 강점인 제주와 강원지역에서는 관계인구를 유치하기위해 ‘워케이션(worcation)’ 이 활발하다. 제주도 호텔에서는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호텔 수영장이나 인근 관광지, 맛집을 찾아다니는 워케이션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자체와 관련 기업들이 서로 제휴,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일 오피스 패키지’, ‘워케이션용 장기 숙박 상품’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강원도관광재단은 인터파크와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이란 워케이션 상품을 출시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말 그대로 휴가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업무방식을 뜻한다. 농어촌 빈집이나 유휴시설 등이 워케이션 시설로 활용되고, 여가 시간에 즐길 각종 관광·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충남지역에서도 천혜의 해양관광지가 몰려있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여행과 레저, 힐링과 체험에 초점을 맞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관계인구’는 원주민같은 ‘팬슈머(fansumer)’

이처럼 ‘관계인구란’ 주민을 제외하고 해당지역에서 생활하는 생활인구를 뜻한다. 즉, 특정 지역에 이주·정착하지는 않았으나 정기·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주민등록법」 상 주민과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관계인구’는 주민을 제외한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을 말한다.

관계인구에 대한 지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다. 즉, 특별법 제15조(생활인구의 확대 지원)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감소지역 내 생활인구를 확대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시책 등을 수립ㆍ시행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정하여 생활인구에 대한 시책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지자체마다 관계인구에 정책과 시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종전의 ‘주민’ 늘리기에서 ‘지역 연고자’ 늘리기로 인구감소 대응시책의 기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인구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과 효과는 ‘팬슈머’라 할 수 있다. 팬슈머는 ‘팬(fan)’과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를 합성한 신조어다. 제품의 기획, 유통 등 과정에 관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특징은, 제품의 팬으로서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지만, 무조건 제품을 칭찬하지 않고 비판이나 간섭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팬슈머는 일상적인 도농교류처럼 농산물 등 생산물 구매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의, 식, 주의 소비 활동, 사회, 문화, 정치, 경제 활동 전반에 걸쳐 해당지역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팬슈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지역에서 문화, 예술, 교육, 학술, 관광, 휴양, 업무, 취미, 봉사 등의 광범위한 영역으로 팬슈머의 활동이 다각화, 다양하되고 있어 관계인구 늘리기를 견인하는 선도적인 집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관계인구는 지역재생과 국가균형발전의 열쇠

정부나 국회도 농산어촌의 ‘관계인구’ 확대가 도농상생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대도시 인구 집중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의 쇠퇴, 공동화에 대응하는 지역사회 활성화 정책을 견인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위기에 대응한 국가균형발전정책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성주인 연구위원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방소멸과 대도시 집중 등 국가적인 지속가능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관계인구’ 확대를 제안했다.

“관계인구는 농산어촌 마을의 잠재적 정주인구로, 마을사업 운영을 위한 인적 자원이자, 마을 활성화를 위한 외부 지원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농산어촌의 관계인구 비율은 19.3~35.3%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이형석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제도과장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관계인구’를 ‘생활인구’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정주인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 지역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통근과 통학, 관광 등 지역에서 실질적인 활동을 하면서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인구로 포함하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구감소, 지역소멸이라는 범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이나 시책은 일회적이고 단기적이었다. 가령, 출산장려금 지원, 취창업·취창농, 이주·정착 지원 등의 효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관계인구는 지역의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지역의 역사, 공간, 지역의 정서, 나아가 지역의 전망 등의 인문사회적인 지역성까지 소비하고 공감하고 공유한다. 지역에 온기와 활력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감소, 지역소멸 대응은 물론, 나아가 지역재생과 국가균형발전의 출구를 찾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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