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양심 판' 은행권…대구은행서도 '계좌 불법개설' 파문
'돈에 양심 판' 은행권…대구은행서도 '계좌 불법개설' 파문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3.08.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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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국민은행 이어 또다시 은행 직원 '대형 금융사고'
거액횡령부터 미공개정보 이용까지…지배구조법 속도내야
대구은행 전경
대구은행 본점 전경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가 극심하다. 회장체제로 덩치만 커진 것과 달리 내부통제는 부실해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경남은행에서 5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주식차익을 챙긴데 이어, DGB대구은행에서도 1000건이 넘는 불법계좌가 개설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당국과 금융그룹 회장들이 연일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잇단 대형 금융사고가 터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관련대책의 실효성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고객문서 위조 의혹 불거져

10일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 직원들의 고객계좌 불법개설에 대한 검사에 전격착수하면서 사태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은행은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어, 자칫 이 사건으로 좌초될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구은행 일부직원은 증권계좌 개설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다른 증권사 계좌를 추가로 만드는 데 사용했다.

금감원은 "고객이 실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개설 신청서를 복사한 뒤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데 활용했다"며 검사실시 배경을 밝혔다.

심지어 이들은 임의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기도 했다.  일부러 휴대전화번호 앞자리를 '010' 대신 '016' 등 엉뚱한 숫자를 입력해 고객이 안내문자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수법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계좌 불법개설에 관여한 대구은행 직원들은 복수의 지점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은행이 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금감원도 검사에 착수한 이상 관여된 직원과 개설된 고객계좌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사결과 불법 계좌개설이 조직적인 행위였음이 드러난다면 대구은행에 대한 신뢰추락은 불가피하다. 대구은행 한 직원은 "불건전 영업행위가 이처럼 퍼져있다는 사실에 직원들도 놀랐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이를 쉬쉬한다면 선량한 직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되기 때문에 고객을 속인 행위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금융사고에 대한 검사가 시작된 만큼, 금융위원회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보유한도는 4%로 제한된다.

대구은행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사업계획의 타당성, 지배구조 이슈 등에 큰 문제가 없으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본인 실적 때문에 고객계좌를 동의없이 추가로 개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중은행 인가에도 고려해야 할 중대한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서울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은행들 왜 이러나…자고 일어나면 사고 터져

대구은행 뿐아니라 최근 은행권에서는 연일 대형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의 부실한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사고에 대한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최근 경남은행에서도 5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경남은행의 이 직원은 2007년부터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업무를 담당하며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가족계좌로 대출상환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전형적인 수법이 동원됐음에도, 경남은행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최근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뒤 본인 및 가족 명의로 해당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직원 본인과 가족 명의 거래로 챙긴 이득이 66억원, 정보를 받은 은행 다른 부서 동료 및 친척, 지인들이 챙긴 이득이 61억원이다.

대형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 국민은행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의 대형 금융사고가 연일 뉴스에 나면서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까봐 우려스럽다"며  "자체 내부통제에만 기대는 시스템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의 책임범위를 사전확정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조직적이거나 장기간·반복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들어 CEO에게도 책임을 묻게 돼있다.

금융위원회는 조문화 작업을 마치는 대로 곧 입법예고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여러 대책이 실효성 있게 각 은행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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