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증권사들이 가상화폐보다 더 큰 폭으로 출렁이는 테마주 광풍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이 자신만 투자 기회에서 뒤처질 것을 염려하는 포모(FOMO) 증후군을 이용해 증권사들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조장하고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달부터 고객들에게 검색량과 매수·매도 주문이 많은 종목을 실시간 집계해 순위를 보여주는 ‘실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고객이 상위 종목을 보고 다른 투자자들을 따라 추격 매수하는 식의 ‘뇌동매매’를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에게 빅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서비스였으나 초전도체 테마주 등을 추격 매수하는 고객들이 있어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이차전지 테마주로 꼽히며 ‘광풍’을 일으켰던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에코프로 3형제’에 대해 지난 4~5월 신규 신용거래융자를 닫고, 기존 신용거래 잔액에는 만기 연장을 중단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에코프로 3형제에 대한 신용거래 창구를 닫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4일부터 초전도체 테마로 주가가 급등한 덕성과 신성델타테크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NH투자증권은 이와 함께 지난 9일부터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변경하고 증거금률을 100%로 높였다.
거래 대금에 대한 보증금 개념인 증거금률을 높이면 ‘빚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KB증권도 지난 9일부터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나노신소재 등 이차전지 주요 종목들의 증거금률을 기존 20∼40%에서 100%로 높였다.
증거금률 100%를 적용하면 1억원 한도 이내에서는 신용융자거래가 가능하지만, 사흘 이내 초단기 미수거래는 제한된다.

KB증권 관계자는 "이차전지 관련주는 올 들어 과도한 주가 상승을 보였으며 이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부 종목에 대해 신용공여 제한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여타 테마주와 함께 또 다시 이차전지 관련주의 시세 변동성이 확대돼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일부 종목에 대해 신용 공여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제한했다"면서 "특히 미수거래 방지를 위해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0%'라는 파격적인 단기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세운 대신증권은 지난 9일 홈페이지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에 올린 공지를 통해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는 주가 하락 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니 반드시 상환 능력을 고려해 투자하라”고 유의 사항을 내보내기도 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최근 테마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 주의사항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관련 안내문을 띄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얼마 전 “증권사의 신용융자 확대가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