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속의 새만금 잼버리, 교훈과 반성의 ‘징비록’ 꼭 남겨야
파행 속의 새만금 잼버리, 교훈과 반성의 ‘징비록’ 꼭 남겨야
  • 조석남
  • 승인 2023.08.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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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온 세계가 열광한다고 해도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 들인 이들이 판치는 대회는 없느니만 못해

[조석남의 에듀컬처] 32년 전 영상이 요새 화제다. 한국 미국 일본 등 각국 청소년들이 야영장에 도착해 천막을 친다. 한국의 전통놀이인 씨름과 그네를 즐기는 푸른 눈의 학생들 입에 웃음꽃이 핀다.

진흙탕에 몸을 던지는 코스에 환호성이 울린다. 제목은 ‘1991년 제17회 고성 세계잼버리’. 이달 초 유튜브로 소환되더니 업로드된 지 10일 만인 14일 현재 조회수 60만을 넘어섰다.

과거 영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영광의 순간을 떠올리기 위함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반대로 현재의 치욕을 잊으려는 생각 때문이다.

고성 잼버리 영상에는 ‘저렇게 체계적이고 생동감 있는 대회를 X판으로 만들었다니’ 등의 자조적 댓글이 쏟아졌다. 준비 소홀과 운영 미비로 만신창이가 된 2023 새만금 잼버리 효과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수많은 초대형 국제행사들을 성공리에 치렀던 나라다. 그런데 마이너 행사 하나에 무너졌다. 혹자는 국내외 관심이 큰 행사에만 집중하는 국민성을 논하지만 각종 마이너 대회도 실패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워 개최권을 따낸 반면 대회 공약은 식언이 돼

과정을 복기해보면 ‘잼버리의 정치화’가 문제였다. 전북은 2015년 고성과의 세계 잼버리 유치전에서 “강원은 1991년에 한 번 했으니 이번에는 호남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호남 배려론’이다.

이듬해 총선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은 호남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폭염, 배수에 대한 우려에 전북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풍성한 숲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장담했다. 합리성, 타당성이 아닌 정치적 고려를 앞세워 개최권을 따낸 반면 대회 공약은 식언이 돼버렸다.

이유야 어쨌든 전북도의 손을 들어줬으면 국제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대회 성공을 위해 관리감독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게 중앙정부다. 정부는 이를 소홀히 했다. 대회가 파행하니 전 정부 탓을 하는 등 정치 문제로 변질시켰다.

주요 국제행사는 보통 개최되기 5~10년 전에 결정된다. 5년 단임제의 한국은 전·현 정부의 협업 없이는 국제행사를 원활히 치르지 못한다. 자연히 전 정부와의 소통과 인수인계가 중요하다. 전 정부가 못한 부분을 채워넣는 게 현 정부 몫이다. 정권 교체라는 비슷한 환경에서 월드컵과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공리에 열렸다.

하지만 정부는 문재인정부 유산을 부정하기에 급급했다. 더구나 대선 때 폐지를 공약한 여성가족부가 대회를 총괄했다. “정부가 잼버리에 관심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남 탓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만 알린 격이다.

결국 민간 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최악의 상황 탈피

지자체 정치꾼들의 잇속 챙기기와 정부의 무관심·진영 논리가 더해지니 잼버리가 삐걱댈 수 밖에 없다. 개막 후 잇단 비판에 정부는 69억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봉합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었을 뿐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도전과 호연지기의 취지는 사라진 채 ‘코리아 잼버리’, ‘한국 패키지 관광’으로 바뀌었다. 이마저도 민간 기업들과 다른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이다.

새만금의 반성문은 앞으로도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행사 관계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 하나는 “그저 그런 적당주의로 성공을 기대했다면, 그건 잼버리를 갖고 장난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잔치가 절로 대박을 터뜨릴 것을 기대했다면 잼버리 관계자들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아시아 잼버리가 2년 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고, 후보지 경쟁에 염치 없이 또 나선 새만금과 강원도 고성이 신경전을 벌인다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징비’가 없다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K팝에 온세계가 열광하고 K푸드, K컬처가 젊은이들의 로망으로 각광받는다 해도 기본이 안 된 행사,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 들인 이들이 판치는 대회는 없느니만 못하다. 나라 망신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2023 새만금 징비록’을 반드시 남겨야 하는 이유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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