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 '일본과 거리두기' 전략 이제 포기했나?
롯데 신동빈 회장, '일본과 거리두기' 전략 이제 포기했나?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3.08.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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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외아들 신유열 상무, 한국이 아닌 일본 계열사 2곳에 잇따라 대표이사 선임. 후계수업 본격화인 듯
한국 롯데케미칼에는 비상근 상무로만. 그것도 동경 주재. 일본 거주하며 적만 올려둔 듯. 일본국적도 유지
한국롯데의 탈 일본화 당분간 어려워 당분간 일본 네트워크에 주력하자는 뜻인듯.
신동빈 롯데회장이 외아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신동빈 롯데회장이 외아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외아들이자 후계자로 알려진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작년 8월과 지난 6월말 잇따라 일본 롯데홀딩스 계열의 작은 두 회사에 대표이사로 선임돼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만 37세인 신유열 상무는 신동빈 회장의 12녀중 외아들이다. 일본에서 출생해 일본 게이오대학,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거쳐 노무라증권에 근무하다 36세때인 2022년 초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한국 롯데 계열사에 입사했다. 작년말 상무로 승진했다.

아버지 신 회장이 35세 때인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재 롯데케미칼) 상무로, 한국 롯데계열사에 첫 입사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반기보고서를 보면 신 상무는 현재 미등기 비상근 상무로, 기초소재 동경지사 영업과 신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첫 입사때부터 계속 같은 보직이다.

한국은 이따금씩만 올 뿐 가족이 있는 일본에 거주하며 롯데케미칼 동경지사에 비상근직으로 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본격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 일본 이중국적을 유지하다 41세때인 1996년 일본국적을 포기한 아버지와 달리 신 상무는 아직 일본 국적을 유지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라증권 재직때 만난 일본 여성 사토 아야씨와 2015년 결혼, 슬하에 1남을 두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와 어머니, 부인이 모두 일본인인 셈이다. 한국 계열사 첫 입사때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했던 아버지와 달리 한국어에도 아직 서투른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캐피탈의 주요 주주 현황
롯데캐피탈의 주요 주주 현황

 

한국 롯데계열사인 롯데캐피탈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상무는 작년 8월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31%)인 일본 계열사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에 아버지 신동빈 롯데그룹회장과 같이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또 지난 630일자로 역시 일본 계열사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신동빈 회장도 같은 날짜에 이사(업무집행자)로 등재됐다.

롯데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LSI(51%)이고, LSI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31%). 롯데홀딩스는 일본과 한국 롯데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실상 지주회사다. 이 지주사의 일본내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잇따라 신 상무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셈이다.

신 상무는 작년 중 롯데파이낸셜 이사로 첫 등재되었다가 이번에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혼자만 선임된게 아니고 두 회사에 모두 아버지가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 같이 등재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에 신유열, 신동빈과 같이 롯데파이낸셜 이사로 등재된 후루타 준이라는 일본인도 주목의 대상이다. 이 사람은 롯데홀딩스의 CFO, 일본 롯데 계열사 여러 곳에 이사직을 두고있는 핵심 경영인으로 알려진다.

일본 롯데파이낸셜의 이사진과 주주현황
일본 롯데파이낸셜의 이사진과 주주현황

 

37세 아들이 일본 계열사에서 첫 CEO 수업을 하는데, 아버지와 일본 핵심 경영인이 직접 나서 도와주는 모양새다. 양 사에서 신 상무 지분은 아직 없다.

롯데파이낸셜은 한국 계열사인 롯데캐피탈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당초에는 한국 호텔롯데에 이어 2대주주였으나 2020년 한국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 중이던 롯데캐피탈 지분 13.55%1,711억원에 인수, 롯데캐피탈 최대주주가 되었다.

인수자금은 롯데홀딩스에서 154억엔을 5년 만기로 차입해 조달했다. 롯데캐피탈이 한국 롯데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계열사도 아닌데, 굳이 일본 지주사에서 전액 차입까지 해가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유가 궁금하다. 3년 후 신 상무가 대표이사로 부임할것에 미리 대비한 조치였을까?

신 상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두 일본 계열사는 큰 회사들도 아니다. 일본 할부금융업체 롯데파이낸셜의 직전 회계연도 자산은 원화로 13,655억원, 부채 13,203억원, 매출 565억원, 당기순익 150억원 정도다.

LSI는 자산 8,514억원, 부채 32억원, 매출 21억원, 당기순익 20억원의 더 작은 업체다. 두 회사와 롯데캐피탈까지 모두 금융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과 한국의 금융계열사들을 직접 경영해가며 개인자산도 불리고 후계자 수업도 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일본 LSI의 이사진과 최대주주, 재무현황
일본 LSI의 이사진과 최대주주, 재무현황

 

한 한국 재계 관계자는 신 상무가 양 회사 CEO를 하면서 핵심 지주사 롯데홀딩스의 일본인 경영진들과의 교유도 터고, 두 회사에 신 상무 지분을 조금씩 늘리고 회사를 키운 후 롯데홀딩스와의 합병 등으로, 일본내 지분과 영향력을 늘려주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7세나 된 후계자를 한국 롯데가 아닌, 작은 일본 계열사들의 CEO 수업부터 받도록 한 것은 다른 이유들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많다. 이 때문에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숙원(?)() 일본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오는게 아니냐는 우려들이 적지 않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과 최대주주, 재무현황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과 최대주주, 재무현황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한일간의 외교문제가 아니다.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의 오랜 고민이다. 일본 계열사들에서 번 돈으로 한국에 투자, 지금은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보다 수십 배 더 커졌지만 막상 커지고 보니 부작용이나 문제들이 한 둘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질 때마다 롯데는 일본기업 또는 일본계로 몰리거나 불매운동 등에 시달려야 했다.

일본 롯데는 또 그동안 신동빈 회장과 여러차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친형 신동주 회장의 영향력이 아직도 어느 정도 남아있는 곳이다.

한일 롯데의 핵심 지주사격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금도 광윤사(28.1%).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은 공동 대표이사이긴 하지만 지분율은 2.7%에 불과하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동주로, 지분율이 50.2%에 달하고, 지금도 신동주는 광윤사 대표이사다.

신동주 회장은 이를 무기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번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본인의 경영 복귀, 신동빈 해임 등 안건을 건의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크게 임원들로 구성된 임원지주회, 오너 일가를 포함한 롯데계열사, 광윤사 등 크게 3개 세력이 서로 연합하거나 견제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까지는 광윤사를 제외한 다른 세력들이 대부분 신동빈 우호 세력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본인 임원들인 임원지주회가 지금까지 전폭적으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들의 지지가 언제까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까지의 우호세력들 중 일부에서라도 배신 세력이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가족 지분율을 크게 높이거나 한국과 일본롯데를 완전 절연시키지 않는 한 신동빈 회장과 한국롯데의 불안은 완전히 가시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현황
한국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현황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을 단기간에 크게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그래서 신동빈 회장과 한국 롯데는 몇 년전부터 한국 롯데지주를 만들어 한국 롯데 계열사들을 하나둘씩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하고, 특히 일본 지분이 많은 호텔롯데를 상장시키는 전략을 차근차근 추진해왔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지분을 크게 희석시키면 일본 자본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한국롯데는 2017년 롯데지주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했다. 비슷한 시기 순환출자 고리도 모두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지주는 그 이후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정보통신, 롯데케미칼 등 상당수 한국 롯데 주력사들의 최대주주에 오르는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이 문제였다. 2016년엔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로 상장 계획이 철회됐고, 이후 2017년에는 사드 사태,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 상장 추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출 타격이 컸다.

작년부터는 리오프닝에 따른 관광객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은 상장을 본격 거론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적잖은 그룹 주력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어 있어 상장에 필요한 자본시장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정체가 불분명한 일본 L투자회사들이다. 일본계 자본이 거의 모두 장악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또 현재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렌탈, 롯데알미늄, 대홍기획, 롯데벤처스 등 상당수 한국 롯데계열사들의 최대주주 또는 대주주이기도 하다.

또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이긴 하지만 일본계 자본의 지분율이 아직 이보다 더 높은 것도 큰 문제다. 호텔롯데 11.1%, 롯데알미늄 5.1%, 롯데홀딩스 2.5% 등이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완성되지 않는 한 롯데지주가 모든 한국 계열사들에 대해 완전한 지배력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 호텔롯데의 주요 주주현황
한국 호텔롯데의 주요 주주현황

 

물론 신 회장이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홀딩스 등이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을 사들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설령 자금력이 된다고 해도 일본 롯데의 일본인 임원들이 거부하면 성사가 어렵다. 호텔롯데 상장도 일본 자본이나 임원들의 사전협조가 필수적이다.

한국롯데만 생각하고 일본쪽을 잘못 자극시킬 경우 전세가 역전될 우려도 있다. 돈으로도 안되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은 지금도 1년에 몇차례씩 일본으로 건너가 드러나지 않는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내 우호세력 지키기 작업일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신유열 상무를 일본 계열사 경영수업부터 받도록 한 것은 그가 일본 국적자에다 한국어에 아직 서툰 탓 등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근본 이유는 이런저런 이유로, 탈 일본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아들에게 일본 네트웍부터 잘 넘겨줘 일본 우호세력들을 계속 잘 지키자는 신 회장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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