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ESG 공시 로드맵, 단순히 기업윤리 차원 아니라 생존과 직결
정교한 ESG 공시 로드맵, 단순히 기업윤리 차원 아니라 생존과 직결
  • 정기석
  • 승인 2023.08.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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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을 비롯해 관련 업계, 학계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정교한 로드맵이 요구되는 시점

[정기석 칼럼] 지난달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한국판 ESG 공시기준 로드맵’ 발표를 8~9월로 연기했다. 이대로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조차 규정을 못지킨다는 업계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페널티 타격을 입고 마침내 ESG 정책에 대한 논란만 커질 것이라는 문제제기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대기업은 당장 2025년부터 ESG 의무공시가 적용된다. 발등의 불이다. 그러나 로드맵에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방식에 대한 세부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걱정이고 불만이다.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대체적인 업계의 분위기다.

만일, 무리하게 추진해 모호한 규정이 적용될 경우 기업은 ‘공시 위반’ 페널티를 받게 된다. 투명한 기업 공시를 강조하는 해외기관이나 해외투자자들은 한국의 ESG 의무공시 로드맵을 지켜보고 있다. 마냥 업계의 사정만 봐주면서 규정을 완화하고 일정을 늦춰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로벌한 ESG를, 다만 한국에 맞는 ESG를

2025년부터 자산 2조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된다. 2030년에는 코스피 전 상장사로 ESG 공시 의무가 확대된다. 현재 유럽연합(EU), 미국 등 해외 주요국,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 관련 국제 기구에서는 ESG 공시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가 뻐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ESG 공시 제도를 적당히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위는 초기에 일단 기후 분야(E)를 중심으로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하려는 로드맵이다. 기업의 현실적인 부담을 고려하겠다는 의도다. 이어 순차적으로 사회 분야(S)와 거버넌스 분야(G) 등으로 기준을 확산하려는 신중한 포석이다. 무엇보다 ESG 검증 체계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ESG 공시 정보의 독립 기관 검증도 준비하고 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투자 의사 결정 시 사회책임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한다. 사회책임투자란 사회・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기업의 ESG 공시는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과 기업 행동의 사회적 공헌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에서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연기금을 중심으로 이미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유엔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뉴노멀이 ESG로 전환되는 건 글로벌 대세다. 이제 선진국은 물론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ESG는 기업 윤리 차원의 선택이 아니다. 생존과 직결된 필수사항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중심인 국내 산업은 더욱 그렇다. 만일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출 중단을 각오해야 한다.

당연히 국가 경쟁력 자체까지 위협이 될수 있다. 마땅히 국내 기업의 ESG 공시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 다만, 국내 경제와 산업 여건, 기업 부담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함은 물론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원책이 충분해야 ESG 공시가 산업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별 지원,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조기·장기투자, 금융권의 협조, 산업별 벤치마킹 등에 이르는 ESG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ESG, 인증 책임 없이 신뢰 없다

또한 회계전문가들은 ESG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회계법인 처럼 적격한 인증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SG 인증 자격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만 ESG 인증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전세계적으로 ESG 정보 공시·보고가 증가하면서 신뢰성 있는 ESG 정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현황을 소개했다. 고품질의 인증이 ESG 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ESG 인증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인증 의무화와 더불어 인증기관 및 인증인의 적격성 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회계 관련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의 92%가 자율적으로 인증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인증인의 자격 및 책임을 담보하는 장치 없이는 '신뢰성 제고'라는 인증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관련 연구 결과,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기관이 회계법인일 경우 신뢰성이 높고, 주가 및 기업가치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주목할만 하다.

아울러 민간공인 ESG 자격증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110개의 ESG 관련 민간등록자격증이 있다. 95% 가량은 지난해 이후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제기구나 공인회계사회가 ESG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인증 의무화 여부 못지않게 인증 의무화 시기와 인증 방법의 문제 또한 중요하게 보인다.

ESG 공시 의무화는 물론, 기업의 ESG 공시정보에 대한 독립된 기관의 검증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들 검증기관에 대한 규율체계도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증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법정공시 정보에 대한 인증 의무화 방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인증제공자(인증기관)의 범위와 인증인(개인)의 자격도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회계법인 외에도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인가받은 독립된 제3자의 인증서비스 제공을 허용한다. EU는 법정감사인, 회계법인, 인가받은 독립적인 인증서비스제공자 등 주체가 ESG 인증에 참여하고 있다.

이때, '인가받은 독립된 인증서비스제공자'도 회계법인과 동일한 인증품질을 갖추어야하는 건 당연하다. 금융당국을 비롯 관련 업계, 학계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정교한 로드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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