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공공기관 경영평가…“다수가 대상기관 돈 받고도 평가 참여”
‘엉터리’ 공공기관 경영평가…“다수가 대상기관 돈 받고도 평가 참여”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3.08.23 16:5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사원 적발…“순위 맞추려고 멋대로 점수 고쳐”
평가 대상 기관 회계 조작 등으로 성과급 타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부실하게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부실하게 운영돼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평가위원들은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자문료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기재부는 이를 알고서도 상당수를 평가위원으로 다시 위촉했다. 멋대로 점수를 고치는 등 ‘엉터리 평가’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의 경영평가는 대학 교수 등 평가단 구성 시점부터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우선 2018~2020년 평가위원으로 위촉된 323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156명이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위촉된 A교수는 한국철도공사에서 자문료로 30만~500만원씩 9번에 걸쳐 1755만 원을 받았다. B교수는 국가철도공단 등 9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문료와 심사료 등 명목으로 970만 원을 받았다. 

2020년 C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670만 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돈을 받은 평가위원들 중 상당수가 일정 시간이 지나 평가위원으로 재위촉됐다고 밝혔다. 

규정상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수주하거나 강의를 의뢰받은 사람은 평가위원으로 위촉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이 같은 일로 해촉된 이는 이후 5년간 평가위원을 맡을 수 없다. 

그러나 2019년 금품 수수 위반자 53명 중 B교수를 포함한 16명이 2020년에 재위촉됐으며, 2021년에도 14명이 다시 평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기재부는 ‘최근 5년간 모든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돈이 도합 1억원 이하면 괜찮다’ 등의 기준을 임의로 세워, 자격 미달 인사들을 위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평가위원들이 점수를 임의로 뜯어고친 정황도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평가 과정에서 공기업 69개 기관의 213개 지표와 75개 기관의 188개 지표를 평가위원들이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합당한 사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당한 이유 없이 점수를 고치거나 잘못 매긴 점수를 덮기 위해 다른 항목의 점수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대상기관의 ‘종합 순위’를 유지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순위에 점수를 끼워맞춘 것이다.

2019년 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코레일 등 5개 기관은 중대 재해를 일으켰고, 원칙대로라면 해당 항목에서 2~3등급 감점돼야 했다. 그러나 평가위원들은 ‘감점이 과하다’며 코레일은 봐주고, 나머지 4개 기관은 1등급만 감점했다. 

반면 울산항만공사와 부산항만공사는 2019년 실적을 평가하면서도 2020년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는 이유로 감점을 했다. 당시 두 공사에서 일어난 사고는 중대 재해가 아닌 경미한 것이었다. 

평가등급은 S부터 E까지 6단계로 부여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D와 E 등급의 경우엔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한다.

평가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고 평가 담당자를 속인 공공기관도 적발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8년 경영평가를 받으면서 인건비 인상률을 실제보다 낮아 보이게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평가 규정에 따르면 임직원 총인건비 인상률이 2.6% 이하여야 관련 항목에서 3점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난방공사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지급한 복리후생비를 ‘실집행액’으로 산정하면 총인건비 인상률이 2.6%를 넘고, ‘인원 비례’ 방식으로 산정하면 2.59%가 된다는 것을 알고, 평가 실무자에게 인원 비례 방식으로 산정한 숫자를 제출했다. 평가 실무자가 증빙 자료를 요구하자, 지역난방공사는 ‘실집행액으로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런 방법으로 실제 받았어야 할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 등급 ‘C’를 받았다. 그 결과로 지역난방공사 임원은 기본연봉의 10%까지, 직원은 월 기본급의 25%까지를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었다. 

감사 과정에서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이 2021년 경영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기재부 A 과장에게 평가 서류인 '득점 집계표' 제출을 세 차례 요구했지만, A 과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기재부에 평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거나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A 과장 등 3명에 대해 징계·주의를 요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