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까치는 왜 강하게 바람 부는 날 집을 지을까?
안전 불감증...까치는 왜 강하게 바람 부는 날 집을 지을까?
  • 윤영호
  • 승인 2023.08.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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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시작...하나를 주면 그 이상을 받아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

[윤영호 칼럼] 까치는 왜 강하게 바람부는 날에 집을 지을까?

평온 고요한 날에만 집을 지어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고 오히려 집을 짓는 공기도 단축될 것이 분명하지만, 굳이 악천후 속에서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토록 어렵게 집을 짓는 이유를 눈치 빠른 사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가 꺾였으면 꺾였지 까치집이 부서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 새들도 이처럼, 안전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태에 적응토록 집을 짓는다. 외부로부터 오는 위험에 대비해서 자기 가족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책임의식이 본능적으로 발현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새들이 건축공학을 따로 배운 적도 없지만 높은 나뭇가지 위에 층층히 전원주택 단지처럼, 안전한 집을 짓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안전의식은 어떤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무량판 아파트에 보강철근 누락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인 LH의 신뢰도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공주 월송 LH아파트 2개단지에서 많게는 무량판 기둥 45%에 철근이 누락된 채 시공된 것이 보도되고 있다. A4아파트 무량판 기동 345개중 154개에서 전단보강 철근이 누락되었다는 내용이다. 급기야 기존에 체결된 건축 계약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면서 관련된 하청업체도 그 영향권내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서울 한 복판에서 아파트가 통 채로 무너진 최초 사건은 1970년 4월 8일 마포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였다. 당시 입주자와 인부 등 70여 명 가운데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사였다. 이 사건으로 김현옥 당시 서울 시장이 물러나는 등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와우 아파트 붕괴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에 이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대한민국 3대 붕괴사고라는 오명의 역사를 남긴 것이다. 쓰라린 실패경험이 후세에 처절하게 교훈으로 전해지고, 매뉴얼화 된 규정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 한, 슬픈 역사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안전에 관해서는 원칙이 변칙을 반드시 이긴다...꾀쓰는 것보다 애쓰는 게 낫다

안전과 안보에 관한 한, 여야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최악의 상태를 가정해서 안전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으면 어느 날, 어느 순간 '후욱' 간다. 적어도 안전에 관해서는 원칙이 변칙을 반드시 이긴다. 꾀쓰는 것보다 애쓰는 게 낫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여기에서 원칙은 하드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을 운영하는 실행 시스템과,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다. 

아직도 사망자 숫자가 계속 늘고 있는 최근 대형 화재사고를 보라, 세계 최강의 미국이, 하와이 산불로 마우이가 통째로 불탈 줄 그 누가 짐작인들 할 수 있었겠는가? 그 도시에도 방재시스템 장치와 매뉴얼은 분명이 있었을 터이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디테일에 상응해서 실행되지 못하는 매뉴얼은 그냥 요식물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된 사건이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는 시작되었다. 장장 30년간 134만t이 방류될 예정이다. 국제기구 IAEA에서 정한 기준 내에 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 된 것은 아니다. 지표물질이 단위당 기준치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한정된 바다 전체에 뿌려지는 방사선 물질, 3중수소의 총량은 누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중 삼중으로 관리시스템과 체크리스트가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할 지라도, 그것이 완벽하게 가동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과학을 믿는 것과 실행을 믿는 것과는 별개다. ‘대충 대충’ ‘속전 속결’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에 잔류 된 3중수소가 소멸되는 것은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이 소요된다. 1,2년에 마감되는 일이 아니고 30년 장기간에 걸쳐 계속 방류되면서 반감기에 비교할 때, 잔류량은 증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권이 바뀌어도 세대가 바뀌어도 문제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감시와 모니터링 매뉴얼이 모든 것을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경과되면서 행여라도 눈가라고 아웅하는 식으로 대충대충 검증이 진행된다면 오히려 그 부실검증에 면제부 만을 줄 수도 있다. 안전문제는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안전문제는 디테일에 예민해야 하고, 매뉴얼과 체크리스트의 업그레이드가 필요

바람직한 방법은 30년이 경과되기 이전이라도 다른 대안이 지속적을 모색되어야 한다. 알프스로 해결할 수 없었던 3중수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은 이제 지구인 전체의 관심사며 과학계 모두가 해결해야 할 소명으로 노벨상 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문득 문득 세계가 놀랄만한 일을 해 냈던 우리나라에서 기적 같은 방법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일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 속에서 단답형 정답 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 속에서 전화위복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인간 역사에서 모든 가치 있는 창조물은 하나같이 문제와 질문 속에서 태동되었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엉뚱한 부작용(side effect) 속에서 예상을 초월하는 가치가 도출되는 사례도 분명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30년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일면 이해할 부분이 있다. 국제적 역학관계와 힘이 대치되는 긴장상태가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가운데 최선의 대안으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일이 비단 후쿠시마 오염수문제만 있는 것이 아님도 안다. 그러기에 하나를 주면 그 이상을 받아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거 잘하는 게 외교를 잘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IAEA사무소에 2주에 한번씩 한국 전문가가 파견되어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바다. 남의 나라에서 검증하는 것이기에 분리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기에 더욱 디테일에 예민해야 하고, 매뉴얼과 체크리스트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것도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제 더 이상 까치에게는 ‘새 대가리’라는 폄하 호칭을 쓰는 대신, 안전문제만큼은 까치의 지혜를 배워야 할 일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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