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절대평가인 회계사 시험, 상대평가처럼 운용”
감사원, “절대평가인 회계사 시험, 상대평가처럼 운용”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3.08.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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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감사서 드러나…4대 회계법인에 맞춰 선발인원 조절
“채점위원에게 점수조정도 요구…59점이 60점도, 58점도 돼”
2020년 2월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치러진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을 보려고 응시생들이 들어가는 모습./연합뉴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절대평가를 해야 하는 공인회계사(CPA) 시험이 실제로는 상대평가처럼 운영돼 온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났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금융위원회 위탁으로 금융감독원이 주관한다.

감사원은 30일 금융위 정기감사 가운데 공인회계사 선발제도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금융위는 상대평가처럼 목표 인원을 미리 설정했고, 금감원은 금융위가 원하는 목표 선발인원 수준으로 합격자 수가 조절될 때까지 채점을 반복하고 점수도 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진입 규제를 완화하라는 권고에 따라 2004년 '공인회계사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2007년부터는 5과목 모두 6할 이상(100점 만점이면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제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합격자가 회계사 수급 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최소선발예정인원'에 미달인 경우 미달 인원만큼만 상대평가(총점 고득점순)로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상대평가처럼 목표 인원을 미리 설정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수요가 증가하고, 중소·중견 회계법인과 비회계법인이 채용난을 겪는 상황을 알면서도, 최소선발예정인원을 4대 회계법인 채용계획 수준인 1100명 수준으로 동결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같이 최소선발예정인원을 축소 산정한 다음, 2021년도 선발시험까지 이 인원을 사실상 선발 목표인원처럼 관리했다.

시험관리기관인 금감원이 법규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으나, 금융위는 당초 방안대로 '적정합격자 수'를 정해 금감원 측에 참고 자료로 전달했다.

이에 금감원은 채점 위원들에게 응시생 20%를 가채점한 다음, '예상 합격자 수'가 금융위 목표(최소선발예정인원)에 근접할 때까지, 채점 기준을 2∼3차례 변경하고 재채점 할 것을 채점위원에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출제, 가채점, 본채점의 채점 기준(부분 점수 등)이 계속 임의로 변경됐다.

감사원은 "세법의 가채점 평균이 60점을 크게 상회하면 부분점수 불인정 등으로 평균 점수를 낮추고, 원가 회계의 가채점 평균이 60점보다 높으면 당초 채점 기준을 완화해 가채점 평균 점수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채점이 끝난 뒤 응시생의 이의 제기를 막고 합격자 수를 관리하기 위해 합격 기준인 60점에 근접한 59점대 답안지를 모두 골라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59점대 점수를 60점대로 올려 합격시키거나 아니면 58점으로 낮출 것을 채점 위원에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59점이 60점이 되고, 58점이 되는 상·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현 공인회계사 법령에 규정된 2차 시험의 부분 합격 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법령은 절대평가 취지를 살려 2차 시험에서 60점 이상 득점해 부분 합격한 과목의 다음 해(회) 2차 시험을 면제하고 있다. 이 같은 부분합격 유예기간(횟수)이 해외 사례나 국내 유사시험보다 짧고 이를 보다 늘려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은 "2차 시험의 부분합격 유예 기간의 완화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금융위·금감원에 통보했다"면서 "금감원은 지적 사항 취지를 수용해 올해 시험 채점 및 합격자 선정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시험의 투명성·신뢰성이 확보되고 응시생 시험부담 및 진입규제가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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