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중앙의 식민지 아니다...‘지방시대’ 아닌 ‘지역시대'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 아니다...‘지방시대’ 아닌 ‘지역시대'
  • 정기석
  • 승인 2023.09.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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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란 용어는 '서울'을 중앙으로, 나머지 지역은 변두리 또는 나머지를 보는 시각과 인식이 깔려있어

지역발전 전략과 정책은 그 지역을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그 지역의 주민들이 주도하고 책임져야

[정기석 칼럼] 현 정부에서는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 지난 7월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두 위원회가 서로의 기능을 분산적으로 수행하며 상호 연계가 미흡했다는 일부 지적이 없지 않았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도 제정했다.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할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위상과 목적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 및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우동기 위원장은 "이젠 살고 있는 지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회와 생활의 격차가 생기는 불평등을 멈추어야 할 때"라고 위원회의 소임을 강조한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관련 제도를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며 지방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중앙이 지원하는 상향식 균형발전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중책을 맡은 포부를 밝혔다.

지방의 불평등을 멈추는 콘트롤타워로서


구체적으로는 지방투자 촉진을 위한 핵심제도인 기회발전특구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혁신도시, 연구개발특구 등이 기회 발전 특구에 선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개인 또는 법인에 대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라 국세 또는 지방세 감면이 가능하다.

또한 시·도별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지방시대 종합계획 수립 등을 통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한 기초를 토대로 중앙의 부문별 계획을 반영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려는 계획이다.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종합계획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이다.

이것말고도 지방시대위원회가 앞으로 감당해야할 숙제는 넘친다. 지방소멸, 일자리·경제, 교육문제라는 어젠다는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재정·예산권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매달려있다.

그동안의 국가균형발전 계획, 각종 정책지원사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교육환경은 천지차이이다. 사회경제환경, 공공서비스 등 지역격차도 더욱 심화되었다. 혁신도시의 공공기관에는 지역인재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주중에는 혁신도시에서 일해 소득을 얻고 주말에는 다시 수도권으로 귀가해 생활하며 소비한다.


지방이라는 말은 중앙의 식민지라는 뜻

전북대 강준만 명예교수의 표현을 빌면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다. 지방이라는 한국의 변방, 주변부, 사각지대에는 중앙에 대한 피해의식, 비굴함, 열등감, 모멸감, 적개심만 가득하다. 강 교수는 "지방은 정치ㆍ경제ㆍ문화ㆍ교육ㆍ언론 등 전 분야에서 서울에 종속된 '내부식민지'"라고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자율성도 낮을 뿐더러 재정 독립성도 약하며, 특히 인사와 예산의 종속은 지방정부의 '중앙에 줄 대기' 경향을 키웠다”고 일갈한다.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제2항이다. 국가의 균형발전은 헌법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지금 수도권은 11.8%의 면적으로 인구, 취업인원, 지역내 총생산의 절반을 독차지하고 있다. 국토가 극도로 불균등하게 이용되고 비효율과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위험지표이다.

무엇보다 지역 불균형과 격차는 ‘지역감정’의 뿌리이자 결과로 나타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 경부축과 비경부축 사이에 다양한 차원의 격차와 반감이 발생한다. 심지어 동일한 행정구역 안에서조차 지역격차가 상존하는 엄혹한 현실이다. 서울특별시 안에서 강남과 강북, 도농복합지역에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불균형, 차별을 보라.

해묵은 국가과제인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간의 협력과 통합을 위해서 지방분권, 지방자치는 국가발전의 핵심어젠다이다. 더욱이 오늘날 지역불균형 또는 차별의 원인이 결국 권력의 중앙집중에 있기 때문에 지방의 자율과 분권은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지금처럼 지역마다 중앙정부의 한정된 재원과 기회를 선점하고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면서 지역 간의 협력과 통합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위선이고 기만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이란 용어를 고쳐 써야 한다. 일단 어의부터 부적절하고 부정확하다. '지역'이라고 해야 분명하고 정확하다. 지방이란 용어는 '서울'을 중앙으로 보고 나머지 지역은 변두리 또는 나머지를 보는 시각과 인식이 내심 깔려있는 것이다.

지역발전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지역발전 정책은 ‘장소(place)’에 매달렸다. ‘시설(hardware)’ 중심의 토건사업에 집착했다. 지역발전의 궁극적 대상이자 성과는 장소나 시설이 아니라 ‘사람(humanware)’이나 ‘프로그램, 컨텐츠(software)’라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지속발전 가능한 지역발전과 성장이 가능하다. 마침내 지역마다 고유의 특성과 자원을 지역활성화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지역발전 전략과 정책은 그 지역을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그 지역의 주민들이 주도하고 책임져야 한다. 한마디로 지역의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지역발전정책이라야 한다. 지역분권, 지역주권, 지역책임경영의 주체는 정부나 행정이 ‘참여하는 시민의 공동체조직’이라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학교’인 지방자치의 주인, 민주공화국의 주권자 노릇을 할 수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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