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존경과 부모공경...정치논리로 교육현장 재단 말자
스승존경과 부모공경...정치논리로 교육현장 재단 말자
  • 윤영호
  • 승인 2023.09.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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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서일초 교사의 사십구재(四十九齋) 지났지만, 아직도 선생님들의 희생 계속돼

[윤영호 칼럼]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옛부터 전해지는 이 말은 인정 넘치고 평화로운 명절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고 있다. 날로 각박해지는 세상이지만, 사람 살만한 세상을 상상하면서 때맞춰 전해들은 미담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어느 초등학교 소녀가 학교에 가자마자 담임선생님에게 길에서 주워 온 야생화를 내밀며 그 꽃 이름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 꽃을 한 참 보시던 선생님은 말했다. “미안해서 어떡하지.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 내일 알아보고 알려 줄께” 선생님의 말에 소녀는 깜짝 놀랐다. 선생님은 세상에 모르는 게 없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오늘 학교가는 길에 주은 꽃인데 이 꽃이름이 뭐예요? 우리 담임선생님도 모른다고 해서 놀랐어요” 그런데 소녀는 오늘 두번이나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믿었던 아빠도 그 꽃이름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소녀의 아빠는 식물학을 전공으로 대학에서 강의하시기 때문이다.

다음날 학교에 간 소녀를 담임 선생님이 불렀다. 그리고는 어제 질문한 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소녀는 아빠도 모르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시고 알려준 선생님이 역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그런데 사실은 어젯밤, 소녀의 아빠가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그 꽃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했던 것이었다. 아빠는 그 꽃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딸이 어린 마음에 선생님께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여부에 관계없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아빠는 자녀가 선생님께 실망하면 누가 손해를 보는지 아는 현명한 부모였다. 이렇게 선생님을 배려하면 결국 누구에게 유익한 것인지도 아는 학부모였다. 최종 수혜자가 다름아닌 자기 자녀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가정에서는 스승을 존경하도록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부모를 공경하도록 가르칠 때 그 학생의 인성은 어떻게 자랄 것이며 그런 학생이 만들어가는 미래사회는 어떤 세상일까, 생각만해도 포근하고 따뜻함이 전해오지 않는가.

드러낼 수 없었던 사회병리현상의 한계점 넘어

한가지 실화를 하나 더 추가한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다름아닌 필자의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정현황을 기록하는 곳에 부모의 직업을 적는 난이 있다. 명문고등학교 선생님인 엄마의 직업을 그대로 적지 않고, ‘가정 주부’라고 기록했다는 것이다. 담임선생님께 부담주지 않고자 하는 소박한 의도였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라고 기록하면 동질성을 느낀 담임선생님께 손녀가 더 관심 받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던 필자는 의외의 사실에,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며느리가 보배처럼 자랑스러웠다. 요즘같이 부모찬스를 쓰지 못해 안달하고, 대단한 집 자녀라고 특권을 은근히 기대하는 풍조속에서 흔치 않은 마음씀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 세상을 하직한 서일초등학교 선생님의 사십구재(四十九齋)가 지났지만, 아직도 선생님들의 자살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드러낼 수 없었던 사회병리현상이 한계점을 넘은 것이다. 그들도 교사이전에 어느 부모의 사랑스런 자녀였다. 

어느 자녀의 부모이고 어느 가정의 부부다. 그 자리에 오기까지 공부에 매진했고 수많은 경쟁을 거쳤다. 그렇게 쌓아온 그들의 세월을 뒤로한 채, 한 순간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절망감은 그 분들만의 슬픔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물건을 사고파는 상거래 이상의 숭고한 관계다. 결코 학교는 물건을 더 비싸게 팔고, 좀더 싸게 사고져하는 시장(市場)이 될 수 없다. 그런 각박한 곳이라면 그곳은 더 이상 학교라 할 수 없다. 학생은 가정형편의 우열이나 학부모의 태도에 따라서 차별 받아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인이 되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악스럽게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인데, 학생시절마저 그럴 수는 없다. 누구나 순수하고 평등한 조건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우고 우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진 안전지대가 바로 학교가 아닌가? 그곳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추억이 마음의 고향이 되어 평생을 외롭지 않도록 해주는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힐링하는 안식의 시간이 되어져야

우리 민족에게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장군같은 존경하는 조상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다. 자라나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존경하는 스승이 있다는 것은 복이다. 닮고 싶은 삶의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삶의 희망이고, 방향이며,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여행해봐도 각 나라마다 위대한 스승, 위대한 지도자를 후진들에게 기리도록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광화문 한 복판 금싸라기 같이 비싼 땅에 위대한 조상의 동상을 세워놓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결코 단순한 데코레이션도 아니고 우상숭배도 아니다. 위인에 대한 전기나 후대의 기록물에서 가급적 부끄러운 모습보다는 위대한 모습을 더 부각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나를 비롯하여 오고 오는 후진들을 위함이 아닌가.

선생님이 좋으면 그 분이 가르치는 과목도 좋아하고, 선생님이 싫으면 그 과목도 싫어한다. 스승이 존경스러우면 누가 좋을까? 또 제자가 훌륭하게 성장하면 누가 좋을까? 스승과 제자가 함께 공유하는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서는 가정과 사회의 가치가 확장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제 정치논리로 교육현장을 재단하지 말자. 더 이상 공급자와 수요자의 논리로 학교를 설명하지 말자. 그렇지 않아도 출산율이 현격히 감소하여 인구불균형이 현실인 상황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당국은 치밀하게 고민해 주고, 그 고민을 국회에서도 입법과정에 신속하게 반영하기 바란다. 행여라도 이번에 정해지는 관련법이 아쉽다면 업데이트된 후속법률을 지속적으로 세워가기 바란다.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제자를 길러내는 선생님들께도 바란다. 아직까지도 세상은 내 자녀를 맡긴 선생님을 존경하는 부모가 훨씬 더 많다. 어느 집단을 막론하고 유난 떠는 사람과 모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6.25전쟁 피난길, 열악한 천막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가르침은 단절되지 않았기에 오늘날 세계에 주목받는 대한민국이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번 사태를 통해서 선생님들의 고충과 교육현장의 진면목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 상처받은 마음을 추수리고 다시금 부모의 심정으로 학생을 품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세계 도처에서 대형화재로, 지진으로, 또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지구촌의 절박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가위 명절을 맞는다. 이번 명절 밥상머리 에서만큼은 누구를 흠집 내고 모함하며 갈등하는 수고 대신, 따뜻한 정을 나누면서, 감사하고 자족하는 마음으로 모든 국민이 힐링하는 안식의 시간이 되어지기를 소망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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