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수능출제 교사 '검은 카르텔'…최고 5억 받았다
입시학원-수능출제 교사 '검은 카르텔'…최고 5억 받았다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3.09.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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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학맥 총동원해 수능 출제교사 파악…'킬러문항' 등 사들여.
당국 "문제유출 가능성 낮다" 분석에도 수능 신뢰성 '흔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7월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7월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사교육 업체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검토 등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접근해 거액을 주고 모의고사 문항을 산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계에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당국은 본수능 문제유출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지난 30년간 공정한 입시제도라는 평가를 받아온 수능의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맥·학맥 총동원해 수능 출제교사 파악…최고 5억원 주고 문제 사들여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판매하고, 수능·모의평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출제·검토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교사는 이제까지 24명이다.

이들은 적게는 모의평가 출제에 1번, 많게는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5, 6회가량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문항을 산 사교육 업체 가운데는 '일타강사'로 불리는 유명 학원강사,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대형 입시학원도 포함됐다.

사교육 업체나 강사들은 인맥과 학맥 등을 총동원해 수능·모평 출제경험이 있는 교사들을 파악했다.

우선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출신으로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학맥을 바탕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출제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에게 접근한 뒤, 출제경험이 있는 다른 교사를 소개받기도 했다. 통상 수능 출제위원이 되려면 모의평가 출제경험이 있어야 하는 점, 모의평가와 수능을 출제할 때는 일정기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합숙에 들어가는 점 등을 바탕으로 출제경험이 있는 교사를 은밀히 파악했다.

사교육 업체들은 이들 교사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모의고사 문항을 사면서 많게는 5억원에 가까운 고액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에 자진신고한 교원 가운데 사교육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45명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로, 대형 입시학원이나 유명강사와 계약하고 모의고사 문항을 수시로 제공한 경우에 해당했다.

실제로 경기도내 사립고 수학교사인 A씨는 7개 대형학원·강사에 모의고사 문항 제작을 대가로 5년간 총 4억8526만원을 받았다고 교육부에 신고했다. 

서울시내 사립고 화학교사 B씨는 2개 대형학원으로부터 5년간 3억8240만원, 서울시내 공립고 지리교사 C씨는 5개 학원에서 4년11개월간 3억55만원을 각각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만들어 판 대가로 받았다고 신고했다.

이들이 사들인 문제에는 초고난도 문제를 뜻하는 '킬러문항'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능 출제위원'이라는 타이틀 덕에 고액의 사례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정도 고액을 수수하는 데는 당연히 수능 출제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학원들
강남 학원들

◇"수능 문제 유출 없었다"...수능 신뢰도 '흔들'

다만 교육부는 수능 문제의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수능이나 모의평가 1회 출제·검토에 500명가량이 투입되는 점에 비춰, 사교육 업체와 거래한 수능·모평 출제교사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출제기간에 문항을 계속 수정·보완하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인이 출제하려고 의도한 문제가, 실제로 수능과 모의평가에 똑같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업체에 대한 영리행위를) 자진신고한 교사 322명 중 24명이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한 학년도에 수능(1회)·모의평가(2회)에 투입되는 인원이 누적 1500명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7학년도부터 따지면) 7개년간 1만명 가운데 24명인 셈"이라며 "또한, 24명 모두가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전공이 있으니 (어떤 문제를 낼까) 고민은 하고 들어가지만, 여러 차례 문제를 만들고 폐기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에) 변화가 생긴다"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집중신고기간에 접수된 (유출의심) 사례도 상당수는 EBS에서 연계된 사례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교사들을 통해 수능·모평과 비슷한 문제가 사교육 업체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의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문제가 유출되려면 출제한후 시험 전에 유출돼야 하는데, (출제진이 시험이 끝날 때까지) 감금되는 현행 구조에서는 나갈 수 없다"면서도 "수사를 의뢰하는 상황에서 (문제 유출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에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업체가 수능 출제경험이 있는 교사들에게 문제를 산 뒤 수강생들에게 이를 모의고사 형태로 되팔았다면, 이를 공부한 수험생들이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보다 시험준비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명강사나 대형학원에서 수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경제력이 있는 가정의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출제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제가 수능 출제문항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교사들을 수능·모평 출제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사실을 교사 본인이 숨긴다면 이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수능 출제진 구성시 감사원과 협의해 사교육 업체 문항 판매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문항 판매자의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를 원천 배제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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