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즐기며 살리는 워케이션
지역을 즐기며 살리는 워케이션
  • 정기석
  • 승인 2023.09.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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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은 단순히 새로운 관광트렌드나 휴가방식에 그치지 않아

[정기석 칼럼] 올해 ‘소멸 위험’ 지자체는 118곳으로 늘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은 '지방소멸‘ 대응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문체부가 본격 추진하고 나선 워케이션 시범사업에도 지자체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다.

워케이션(workation)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이다. 말그대로 근로자가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방식을 뜻한다. 지난달 문체부는 지역의 새로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발굴, 지자체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존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계획을 밝혔다. 지자체마다 지역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전국 16개 지역에서 20개 시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종사자는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에서 참가비를 추가로 지원한다.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양양 워케이션 프로그램, 어촌마을 체험·휴양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남해 지족, 완도 등, 한옥에서 일하며 ‘불멍’이나 ‘별멍’ 등 자연 속에서 평화로롭게 쉴 수 있는 곡숭 워케이션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일과 쉼이 하나되는 새로운 노동문화

워케이션은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 본격 소개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택근무의 일환이거나 일부 기업에만 한정되는 임직원 복지 이벤트 차원이었다. 지금은 새로운 근로문화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워케이션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는 물론, 관계인구 또는 생활인구로 연결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워케이션이란 휴가지에서 일을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형태이기도 하다. 일의 효율과 삶의 활력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노동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후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재택근무와 워케이션이 확산되는 추세다. 업무의 효율성과 동기 부여, 직원 복지 등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워케이션은 휴가지에서 관광과 휴양을 즐기면서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원격근무나 재택근무와는 성격이 다르다. 원격근무와 재택근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일' 한가지 목적에만 집중된다. 반면 워케이션은 휴양과 업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한다.

제주도는 단연 '워케이션'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는 이미 워케이션 활성화 여건과 환경지 조성되어 있다. 워케이션 수요층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피스 시설도 다양하게 구축되어 있다.

기업들의 워케이션 도입 분위기도 제주도의 이해나 상황과도 잘 맞았다. 그동안 제주관광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잠시 스쳐가는' 관광이었다. 그런데 워케이션은 지역에 한동안 머무르며 소비하면는 새로운 트렌드를 조성했다. 지역관광 활성화, 지역상권 재생에도 기여했다.

특히 제주도 동북쪽 바닷가마을 세화리는 워케이션의 명소로 떠올랐다. 이 마을의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려는 금융, IT, 식품,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20개 기업 600여 명이 이용했다. 워케이션은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2016년 1천2천 명에 못 미치던 세화리 인구는 올해 6월 2천271명으로 늘어났다. 인구가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제주도는 워케이션의 성지로

제주도 도정 차원에서 준비도 남달랐다. 현 제주 도지사는 '글로벌 워케이션 조성과 주민주도형 워케이션 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실천전략도 구체적이다. 워케이션 프로그램 운영, 워케이션 거점 조성, 카름스테이-마을관광 연계 워케이션 산업 육성, 마을.지역과 함께하는 로컬 관광, 컨벤션 내 공유오피스 및 휴게공간 조성 등이다.

세부적인 실천사업으로는, 하드웨어 부분에서 워케이션 기업 유치를 위한 오피스는 공공형과 민간형으로 나눠 조성하고 있다. 공유업무시설은 기본적으로 업무 데스크를 제공하고 회의실 또는 세미나실, 휴게공간, 식당 또는 카페를 부대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민간형의 경우 제주의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별로 개성있고 멋진 워케이션을 특화한다는 구상으로 구좌읍 세화리의 ‘세화질그랭이센터’를 비롯해 마을공동체 및 지역 숙박시설 등과 연계한 14개의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제주의 다양한 민간 오피스와 연계한 워케이션 경비를 지원하는 오피스 바우처 지원사업, 제주에서 워케이션을 하는 동안에는 업무시간 외에는 충분히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가령, 9월부터 수도권 기업에서 지정된 민간 워케이션 시설을 이용할 경우 직원 1인당 최대 52만 원 상당의 오피스 및 여가프로그램 이용 바우처를 제공받게 된다.

설악산의 공동화도 워케이션으로 극복을

제주도 못지 않은 관광지인 동해안의 지자체들도 워케이션 사업이 활발하다. 강릉시의 강릉관광개발공사는 최근 기업 중심의 관광산업 환경 기반 조성을 위한 워케이션 페스티벌을 열었다. 자연에너지 활용체험, 마음 충전 프로그램, 자원재활용 프로그램 등 3가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총 16개의 지역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속초시는 설악산을 중심으로 하는 휴양형(산림형) 워케이션인 '체크 IN 설악'을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의 2023년 지역 연계 관광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대응하면서 향후 설악동의 워케이션 사업 추진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지금 설악산, 설악동은 해안가 주변 관광객 쏠림현상으로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겪으며 침체에 빠져 있다. 속초시는 '설악동 워케이션' 추진으로 비수기 설악동 체류 생활인구를 유치해 지방소멸위기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나아가 설악동·속초시·속초시 외 지역을 연계하는 1석 3조의 지역소멸 대응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워케이션은 단순히 새로운 관광트렌드나 휴가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업무 및 기업문화를, 개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근로방식이나 노동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나아가 지자체 등 지역의 입장에서는 지역관광, 지역상권 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 워케이션으로 지역을 즐기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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