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제정세, 중동을 알아야 세계를 알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중동을 알아야 세계를 알 수 있다
  • 윤영호
  • 승인 2023.10.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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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외교에는 영원한 우정도 영원한 적도 없어...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와 역학관계 속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

[윤영호 칼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됐던 원유 결제 대금 60억 달러(약 8조원)가 풀렸다. 4년간 묶였던 대금이 송금되고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이 동시에 이루어지므로 미국과 이란의 현안문제 하나가 해소되었지만, 그동안 서먹했던 우리와 이란과의 관계가 원상회복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이란 측은 계좌가 동결됐던 4년 전에 비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자발생에 대한 평가로 총액의 약 10%를 손해 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서울시에 있는 ‘테헤란로’와 테헤란시에 있는 ‘서울로’다. 1962년 10월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67년 4월 테헤란에 주 이란 대한민국 대사관이, 1975년 8월에 주한 이란대사관이 개설되었다. 1977년에는 테헤란 시장의 방한을 기념하여 양국의 우호관계의 상징으로서 서울과 테헤란에 각각 ‘테헤란로’와 ‘서울로’가 생겼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이 이란에 군수품을 지원하고, 우리는 이라크 건설현장에 참여함으로써 한국과 이란의 양국관계는 소원해졌고 1980년대의 외교관계는 대리대사급으로 격하되었다가 종전 후 양국 관계는 다시 대사 급 외교관계로 격상되었다. 전후 복구사업과 경제개발 계획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게 되면서 양국간 건설 및 통상 분야에서 협력이 긴밀해지고 있던 차에 미국의 대 이란제제로 한국도 그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한국방문 이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우리가 참여하게 되면서 우리의 외교는 더욱 신중하고 예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서울의 44배 크기인 2만6500㎢(약 80억 평) 규모의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64조원)에 달한다.

종교적으로는 수니파와 시아파, 정치적으로는 왕정과 공화정으로 경쟁하면서 서로 대립관계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양국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것이 우리 외교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사실, 어느 한 국가도 우리에게 소중한 경제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인구 3,600여만명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드부족을 중심으로 한 신생 산유국이지만 인구 8,600여만명의 이란은 찬란했던 페르시아로부터 이어져온 자부심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일찍이 중동지역에 주재원으로 근무한 경험 덕분에 아랍이 이슬람 종교와 더불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뜨거운 지역이라는 것에 눈 뜨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국민은 중동지역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실정이다. 국가 간의 관계는 명분 뒤에 반드시 이해관계가 감춰져 있다는 사실과 그 이해관계는 불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서 왕정국가 대부분은 대량 산유국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굳건했던 유대관계도 어느 한순간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만제국 해체 이후 형성된 아랍 왕정국가들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져 있는 이슬람의 영향권 내에서, 유전개발에 공유(바다 또는 땅속 유전의 경계가 불분명함)되어있는 국가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지구촌 어느곳에서나 매일 사용되고 있는 석유의 생산량과 가격, 그리고 결제수단을 어떤 화폐로 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동은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월남전 이후 중동건설에 우리가 참여하기 전에는 중동 아랍지역은 낯설기만 했던 열사의 나라였다.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열강의 제국들은 이미 그들과 깊은 관계와 이해속에 역사를 쓰고 있었으니 우리보다 훨씬 앞선 안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중동지역이 어떤 지역인가?’ 하는 것을 폭넓게 알아야 한다. 사실 중동을 알지 못하고서는 세계의 흐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종교적으로는 같은 이슬람권이지만, 수니퍄냐 시아파냐로 갈라져서 양측이 알라신의 뜻에 합당한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고, 전통적인 왕정국가와 공화정국가 간의 합리성 경쟁을 하고 있으며, 석유자원이나 물 수입권 등 각종 이권을 왕족이 독점하면서 국민을 다스리는 왕권과 종교적 권위와 영향력을 가진 종교지도자들과의 절묘한 결합으로 안정속에 기득권을 추구하는 왕정국가와, 혁명을 통한 공화정국가와의 긴장상태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 바로 중동이다.

공통된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이나, 2010년 튀니지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이른바 ‘아랍의 봄(Arab Spring)’영향으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오랜 기간 철권통치를 펼쳐온 독재자들을 쉽게 하야시키는 계기가 됐으니,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왕정국가들이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혁명을 통한 공화정의 파급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서 왕정국가 대부분은 대량 산유국이므로 석유를 판 돈으로 백성을 후하게 지원하면서 지금까지 안정된 국가체제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혁명으로 공화정이 된 상당수 나라가 유전이 부족하고, 매장량이 많다 할지라도 내전과 전쟁에 시달리느라 안정을 이루지 못하며, 패권국가들의 제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도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으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통되는 국제간 지불수단을 미국 달러로만 할 수 있도록 하여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지속되게 하는 배경을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은 왕정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우산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이며 경제 패권국가가 될 수 있는 근거는 군사력과, 경제력, 정보력이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은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다. 미국은 돈을 찍어내도 인플레 압력을 세계로 분산시킬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 영국이 중동지역에 진출했을 때는, 아직 국가형태가 형성되지 못했던 곳으로 영국이 안보를 주는 대신, 영국 외 다른 나라들이 이곳에서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속이 있었던 것과 대비된다.

석유자원만 가지고 그들의 필요재원을 만드는 시대 저물어

근자에 중동 석유경제의 지축을 흔드는 계기가 된 것은, 그동안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랍의 석유생산국들과 경쟁관계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석유가격을 관리하는 데에 사우디에 매달릴 필요가 적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미군철수 등과 같은 금기어를 공공연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고, 그동안 미국의 안보우산 속에서 왕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중동 산유국들도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석유자원만 가지고 그들의 필요재원을 만드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예견 때문에, 유전지대가 아닌 두바이는 이미 금융과 관광의 신도시로 개발했고, 홍해프로젝트나 네옴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같은 대안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심지어 석유 결제수단을 달러로만 정했던 것을 중국 위안화로 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교관계는 가변적일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발상도 큰 계기가 되고 있다. 이란과 선명성 경쟁을 할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집중된 유전지대는 물론이고 네옴시티 같은 거대한 인공도시는 이란이 준비하고 있는 핵무기가 완성되면, 취약할 수 밖에 없음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대립관계도 종식될 여지는 열려 있는 것이다. 그동안 페르시아만 건너편, 이란 때문에 생겼던 협의체 G6(Gulf Cooperation Council)도 국가간 이해관계를 계산하며 변화될 수도 있다. 특히 카타르는 이란과 유전을 인접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몸집이 훨씬 큰 이란의 위협을 현실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에 안보 보험을 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군기지(Al Udeid Military Airbase)를 만들어 미국에 제공하면서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제외교에는 영원한 우정도 영원한 적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와 역학관계 속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사업을 수주한다 해도 공기가 짧으면 혼자서 할 수 없고, 감리가 길면 남는 것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거나 전쟁이 나면 기존의 상수(常數)는 변수(變數)가 될 수 밖에 없다.

경제의 진면목이 고정된 재고(Stock)가 아니라 흐름(Flow)이듯,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외교는 변화를 예측하고 발빠르게 적응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실속 없는 일에, 편견이나 감정적 대응으로 좌충우돌할 필요는 없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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