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가 내부구조 등 경미사항 변경시 통지의무 명시않거나 계약해지 어렵게 해 소비자에게 불리
52%는 계약이행 착수후 계약해제 또는 해지 어렵게 하고 사업자 귀책 계약해제, 해지 조항 넣지도 않아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부동산신탁회사의 아파트 분양계약서의 71.3%가 내부 구조, 마감재 등 경미한 사항을 변경할 때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거나 계약 해지를 어렵게 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작년에 국내 12개 부동산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전국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계약서 136개를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와 비교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국내 부동산신탁회사는 모두 14개이지만 이번 조사에는 12개 업체만 자료를 제출했다. 지난 7월 정부가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시행‧운영과 관련한 신탁사 특례를 도입하는 등 최근 부동산신탁사를 통한 주택 공급이 많이 활발해지고 있다.
조사 결과 부동산신탁사의 136개 계약서 중 97개(71.3%)에는 세대 내부 구조와 마감재 등 경미한 사항의 설계·시공 관련 변경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고, 48개 계약서는 소비자의 이의제기조차 금지했다.
표준계약서에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6개월 이하의 기간마다 그 내용을 모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택법상 '경미한 사항'은 세대당 공급면적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부 구조의 위치나 면적, 내·외장 재료 등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실제 피해자 A씨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방문 및 카탈로그를 통해 지하 공간에 2개의 창호를 설치하는 것으로 알고 계약했지만, 입주 점검 시 지하공간에 창호가 1개 밖에 없는 것을 보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계약서를 통해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받았다'며 손해배상을 거부했다.
또, 신탁사의 분양계약서들 중 71개(52.2%)는 '사업자가 계약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계약 해제 또는 해지를 어렵게 하고,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관련 조항을 넣지 않았다.
표준계약서는 중도금을 1회 납부하기 전까지는 소비자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가 가능하며,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사유도 다양하게 규정한다.
실제 작년 7월 피해자 B 씨는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를 방문, 상담하며 사업자에게 ‘가계약’으로 안내받아 가계약금 1천만 원을 지급했지만 다음 날 마음이 바뀌어 계약 취소 및 가계약금 환급을 요청했으나, 사업자는 ‘이미 계약이 정식 체결되었으므로 총 공급금액의 10%인 6천8백만 원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환급을 거절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또 조사 대상인 136개 계약서 모두 신탁사에 과도한 면책 조항을 담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계약서는 별도 조항 및 특약을 통해 '신탁계약 종료·해제 시 부동산신탁사의 소비자에 대한 모든 권리·의무를 시행위탁자에게 면책적으로 포괄 승계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이 중 20개(14.7%)는 신탁사 면책에 대한 이의제기도 금지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이는 표준계약서에는 없는 조항으로, 신탁사가 불법행위나 중대 과실을 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신탁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이와함께 부동산 소유권 이전 시 인지세법에 따라 공동 부담하는 15만∼35만원의 인지세를 소비자에게 전액 떠넘기는 조항도 102개(75%) 계약서에서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