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외매매 방식. 처분금액 300억원. 조회장측 지분 적어 경영권분쟁 재발시 단 몇주도 아쉬운 상황속에서
만약 아시아나 인수 무산시 산업은행 우호지분 10% 이탈 가능성. 다급한 사정있거나 우호지분에 매각가능성도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이자, 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84)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중 1% 이상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다.
13일 한진칼의 지난달 26일자 공시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지난달 1일 보유중이던 한진칼 주식 249만1,137주 중 70만1,001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42,796원으로, 처분금액은 300억원이다.
처분 주식의 지분율은 1.05%로, 처분후 이 전 이사장의 지분율은 3.73%에서 2.68%로 낮아졌다.
이 지분 처분 직후 지난달 9월26일 기준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원태 회장(47)으로 5.78%이며, 그 다음은 조 회장의 여동생인 조현민(조에밀리리 미국국적) 5.73%다. 이 전 이사장은 개인 3대 주주다.
조 회장 일가와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자를 합친 지분율은 17.81%에 불과하며 여기에 조 회장의 우호주주 격인 산업은행 지분 10.58%가 보태진 28.39%로, 조 회장 일가는 현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몇 년전 아시아나 항공이 경영난에 휘청거릴 때 대한항공에 아시아나 인수를 권유하면서 인수 조건으로 한진칼 지분 10%를 취득, 조 회장 일가의 백기사 우호지분으로 나섰다. 그 덕분에 당시 KCGI 등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던 조 회장은 무난히 경영권 분쟁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의 반대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 우호지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산업은행 지분이 없어질 경우 조 회장 일가의 빈약한 지분율 때문에 한진그룹은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한진칼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조원태외 특수관계인이 19.79%, 우호지분이랄 수 있는 한국산업은행과 미국 델타항공이 각각 10.58% 및 14.90%이고, 호반건설외와 국민연금공단, 팬오션이 각 11.60%, 5.88%, 5.85%씩을 또 갖고 있다. 호반건설과 팬오션(SM그룹)은 명백히 우호지분이 아니다.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이 이탈할 경우 언제든 경영권 분쟁의 대상이 될수 있는 곳들이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오너일가 지분은 단 몇주라도 아쉬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전 이사장이 1% 넘는 보유지분을 처분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한 사정이 있어서일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우호지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믿을만한 백기사에게 지분을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2021년 말에도 일부 지분을 처분한 적이 있다. 2019년 말 남편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아 한진칼 주주가 된 지 2년 만이었다. 당시에도 65만주(0.97%)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한진칼은 지난달 서소문 사옥과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1,456억원)을 잇달아 매각해 4천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아시아나 딜 무산과 연관 짓는 시각이 없지 않다. 산은이 지분을 팔고 나가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