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외교는 무모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외교는 무모하다
  • 윤영호
  • 승인 2023.10.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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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반격으로 지구촌 전역의 관심이 중동에 집중...차제에 북한학 뿐만 아니라 일본학, 아랍학, 이스라엘학, 이란학 러시아학, 중국학등 우리와 관련된 국가들에 대한 전문연구 학과를 전략적으로 확대 개설하고 그들 국가의 핵심지배계층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역학관계는 어떤 지, 그 흐름을 알아야

[윤영호 칼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반격으로 지구촌 전역의 관심이 중동에 집중되어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그 대가로 미국과 방위협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해 오던 차에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소위 이.팔전쟁이 터진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팔 교전에서 돌연,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편에 서겠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에게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당장,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건설사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이 나오면서 건설사업 참여에 엉뚱한 유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중동전역으로 확대되면 그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우리나라가 자칫 얻는 것도 없이 좌충우돌하는 입장이 되어서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를 포함하는 아랍지역에서 미운 털 신세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점을 재삼 강조한다. 이.팔전쟁은 러.우전쟁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사연으로 엮여져 있다. 과거 오랜 세월동안 갈등속에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이 있었지만 그 분쟁이 오늘날까지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가 간에 전쟁을 불러오는 요인은 주로 영토문제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의 근저에는 영토문제 뿐만 아니라, 종교문제, 풀리지 않은 역사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고질적 갈등의 뿌리가 너무나 깊고 복잡하다. 전쟁하면서 자국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특히 종교와 이념이 개입되면 정의와 악마와의 싸움이 아니다. 정의와 또 다른 정의와의 싸움이 되는 것이기에 스스로 물러설 출구가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

그동안 몇배의 응징으로 보복하는 이스라엘의 속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팔레스타인이 전면전 성격의 포화를 이스라엘에 퍼붙고, 인질까지 잡아갔다고 하는 것은 열세인 팔레스타인 단독으로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있겠느냐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 의혹의 중심에 이란을 염두에 두고 있던 차에, 미국은 한국이 지불하여 카타르은행에 예금되어 있던 이란석유대금을 재동결했다. 그동안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어 우리 손을 떠나 카타르은행으로 옮겨졌던 석유대금을 미국이 다시 동결조치한 것이다.

중동 외교무대에서 섣부른 외교적 발언은 비싼 값 치르고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 

이란과 사우디와 관계개선도 그동안 암암리에 교감 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묘한 역학관계가 작용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과거역사로 볼 때, 한때는 이란의 전신 페르시아와 관계가 좋을 때도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유다) 멸망후 유대인들이 단체로 바벨론에 끌려갔던 것을 ‘바벨론유수’라고 한다.

역사는 변했고 바벨론 이후 패권국인 페르시아 코레스왕이 이스라엘 백성을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고 그들의 성전을 다시 건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구약성경 에스라에 기록된 이 사건을 ‘고레스 칙령’이라고 한다. 그 칙령을 쐐기문자로 만든 원통형 원본이 지금 영국 국립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으며 필자가 직접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양국이 적대적 관계가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이토록 이해관계에 따라 널 춤추는 중동외교무대에서 섣부른 외교적 발언은 비싼 값을 치르고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왕권국가와 공화정국가의 반목,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리된 이슬람의 갈등, 산유국들 사이의 유전 이권문제, 비둘기파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와 매파 과격무장정파 하마스같은 대 이스라엘 저항단체의 공존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필요에 따라 뭉친다. 적의 적은 일시적으로 동지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3대 종교의 공통된 성지이다.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지역에 공통적으로 묶여 있다. 그동안 수니파종주국 사우디와 시온이즘 이스라엘은 떨어져 있어서 한 번도 직접 전쟁을 치르지는 않았던 터라, 최근 관계개선을 시도하며 아랍의 데탕트를 추구하고자 하니, 시아파 국가들이 뭉치고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같은 대 이스라엘 저항 단체가 협공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인접국 아프가니스탄 등의 국경지역은 늘 시끄럽다. 긴 국경선이 영국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지다 보니, 양국 국경에 걸쳐 있으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 부족들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는등 늘 불안하다. 우리나라 남북갈등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미묘한 곳이 바로 중동지역인 것이다.

다민족으로서 여러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아랍지역국가들은 국가마다 비율은 다르지만 수니파와 시아파가 한 국가 내에 공존하고 있기에, 상대국에서 서로 갈등을 부추기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구조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건수는 27건, 수주액은 74억973만달러다. 수주액 기준으로 지난 해의 2배를 넘긴 것이다. 향후 계획된 사우디와 이라크 건설사업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 규모가 5000억달러, 이라크 항만개발·신도시 개발 등 재건산업 규모는 880억달러다. 그러기에 국내 건설사들의 이번 전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극심한 갈등도 우리나라에 유익할 것이 없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하는 기본원칙은 주식투자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대출해 줄 대상도 그렇고, 국제 외교관계도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국가간 장기계약이 주류인 석유구매계획이나 건설수출도 최근 발발하고 있는 전쟁상황에서는 계속성을 담보하지 못할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이들과의 관계에 밀접해 있는 우리는 국방과 외교에 실패를 허락할 수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경제적 이득도, 이것이 무너지면 한 순간 신기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와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이거나 구별없이 중요도에 따라 대상국가들에 대한 역사적 또는 지정학적 전문지식이 더욱 절실하다. 보이는 것이 다인줄 알고, 피상적이고 감상적인 것에 눈이 멀어서는 곤란하기에 그렇다.

차제에 북한학 뿐만 아니라 일본학, 아랍학, 이스라엘학, 이란학 러시아학, 중국학등 우리와 관련된 국가들에 대한 전문연구 학과를 전략적으로 확대 개설하고 그들 국가의 핵심지배계층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역학관계는 어떤 지, 그 흐름을 알아야 한다. 지정학적(地政學的)국경은 더욱 견고히 하면서도, 지경학적(地經學的) 시장은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확장해 나아가기 위해서다.

지금,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극심한 갈등도 우리나라에 유익할 것이 전혀 없다. 우리의 제1경제교역국이 중국이고, 제2경제교역국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 몸집이 커졌다. 과거 개도국때에 비하면 나름대로 지렛대도 생겼다.

이제 덩치에 걸맞도록 경제규모가 굴러가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정치이념과 경제교역을 철저히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기 위해서다.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의존도를 줄이고 산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도 바로 국부원천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겠다는 심사다.

이념을 중요시하던 미국도 대선 판도에 따라 정책은 변한다. 정치이념의 가치보다 자국의 장사를 더 중요시하는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외교의 흐름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음을 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집권하려면 유권자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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