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정치 변혁의 강력한 도구...그 요체는 밝고 성숙한 시민의식
'선거’는 정치 변혁의 강력한 도구...그 요체는 밝고 성숙한 시민의식
  • 조석남
  • 승인 2023.10.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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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인사’로 정치를 판단...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오만’과 ‘불통’에 대한 경고

[조석남의 에듀컬처] 구청장 선거 하나가 이렇게 큰 관심과 파장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얘기다. 여권 내에서 선거 참패의 책임을 놓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미니 찬반투표 성격으로 치러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실시됐다. 당초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에서 절대 열세인데다 당규도 의식해 무공천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대법 유죄 판결로 선거 출마 자격이 없는 김 전 구청장을 판결 3개월 만에 특별사면 및 복권을 해주면서 공천 쪽으로 기류가 급변했다. 다른 사람을 공천해도 당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상황에서 보선에 원천 책임이 있는 김 전 구청장을 결국 후보로 내세우게 됐다.

이 대목에서 일개 구청장 선거가 윤 대통령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으로 변한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 39.37%와 56.52%는 여론조사가 아닌 실제 투표를 통해 나타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인사’가 문제다. 국민은 인사로 정치를 판단한다. 인사 하나로 민심이 모이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큰 문제가 드러난 장관 후보자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이 반복되고, 여기에 김태우 후보의 공천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며 국민들은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구체적 기술’이 정치(政治)다.

『논어』의 「안연」편 22장에 보면 번지라는 제자가 공자께 인(仁)에 대해 물으니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고 답한다. 번지가 이어 지(知)에 대해서 묻자 ‘사람을 알아보는 것(知人)’이라고 말했는데 전후 문맥으로 보아 인과 지를 결부해 묻고 답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인(仁)이란 구체적인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실현되는 것인데, 그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올바르게 배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仁)’을 묻자 ‘바른 정치의 요체’인 ‘올바른 인사(人事)’로 답변한 것이다. 또한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굽은 사람 위에 놓으면 굽은 사람도 능히 곧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선어중(選於衆) 거고요(擧皐陶)’(여러 사람 가운데 고요를 골라 등용)라는 말에서 ‘선거’(選擧)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자못 흥미 있다. 전에는 군주가 주체가 돼 ‘선거’를 했지만 지금은 국민이 주체가 돼 ‘선거’를 한다. 전에는 성군(聖君)이라야 제대로 ‘선거’를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것이 그 요체일까? 바로 ‘국민의 수준’이다.

요즘 여러 가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사건들을 통해 실망하고 좌절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이럴 때일수록 정치적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에 흐르지 않고 ‘정치야말로 사람을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으로 다가올 선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나라 전체가 갈등으로 들끓을 게 뻔하다. 여야 간의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각 분야에서 모두가 제 몫을 챙기겠다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앞두고 집권당과 제1야당 모두 환골탈태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들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며 정당들이 겉모양만 바꾸는 데 대해 시큰둥하다. 옷을 갈아입은 정당들은 이제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장밋빛 공약을 풀어놓을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밉다고 쫓아낼 수도, 맘에 안 든다고 쳐다보지 않을 수도 없는 ‘자식’ 같은 존재가 ‘정치’ 아닌가. 이제 국민들이 ‘매’를 들 수밖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것은 체제를 불문하고, 시대를 넘어 보편적인 진리이다. 정치가 이익을 중심으로 이전투구하는 권력쟁탈의 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게 하는 조화의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우리 시대의 절실한 요구이다. 밝고 성숙한 시민의식이야말로 ‘선거’를 이와 같은 정치 변혁의 강력한 도구로 만들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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