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약자를 방치하는 정부예산
지역과 약자를 방치하는 정부예산
  • 정기석
  • 승인 2023.10.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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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내걸고 있다. 2024년 예산안에서도 지자체 스스로 편성하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포괄보조사업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얼핏보면 지역을 지원하는 예산을 늘린다는 희소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나라살림연구소 등 예산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질적인 균특회계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4년 예산안에서 균특회계 예산은 2023년 본예산(11조7433억원)보다 1조3039억원(11.1%) 증가한 13조472억원으로 책정되었다. 정부가 균특 포괄보조사업 규모를 확대했다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말그대로 포괄보조사업이란 중앙정부가 포괄적인 목적만 지정해놓고 지방정부가 요건에 맞는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 사업을 말한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는 균특회계 예산이 늘어난 건 ‘통계 착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질적인 균특회계 예산은 오히려 2023년 본예산보다 4983억원(4.2%) 더 줄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4년 균특회계 예산안에 포함된 세부사업은 총 495개 가운데 ‘회계이관’이 발생한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애초 균특회계에 속하는 사업이 아닌데, 균특회계로 이관되면서 예산이 증가한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2024년 예산안에서 지역은 뒷전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소멸대응기금 예산 편성방식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 주도의 인구감소ㆍ지방소멸 대응사업을 목적으로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는 2024년에 예산안에서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균특회계 내 ‘지방행정ㆍ재정지원’ 부문, ‘지역발전’ 프로그램으로 이관했다. 예산 증액이나 추가 정책사업과는 무관한 단순한 회계조정일 뿐이다.

그런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이관하면서 ‘지역발전’ 프로그램 속 다른 세부사업의 감액은 감춰졌다. 세부적으로, 증액사업(순증사업+증액사업)과 감액사업(종료사업+감액사업)을 구분해 비교하면 전체 증액은 2조3070억원, 전체 감액은 2조7961억원으로 감액 규모가 증액 규모보다 4891억원이 더 많은 셈이다. 결국, 실제 균특회계 규모는 줄었다는 뜻이다.

지난 7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 올 7월부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통합됐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법 체계를 통합, 정책효과를 높인다는 목적이다. 특히, 균특회계 예산편성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우선이었을텐데 실제로는 이런 정책목적에 반하는 예산편성안을 제시한 셈이다.

균특회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4년 예산안에서 지역은, 또는 지방은 여전히 뒷전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을 위한 유용한 정책수단인 지역화폐 예산은 아예 전액 삭감되었다. 이 예산은 지난해에도 행안부의 예산요구안 4700억 원 전액을 삭감되었으나 국회에서 3525억 원을 되살린 적이 있는 민감한 사안의 항목이다.

지역화폐 사업은 지자체 차원에서는 자본이 지역 외로 유출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의미있는 정책수단이다. 지역경제 등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연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해당 예산을 복원할 필요는 충분하다.

이런 지역의 의견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고 비협조적이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은 필요한 지자체에서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지방정부의 재정구조가 중앙정부에 예속되어있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공염불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2024년 예산안에서 지방교부세는 11.3%나 삭감된 상태다.

감세, 긴축 재정은 재정위기 악순환의 병인

지역예산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정부의 2024년 예산안은 건전재정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알뜰재정, 재정의 정상화라는 수사를 동원하지만, 야권에서는 경기침체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긴 예산안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현 정부의 부자감세의 병인이 긴축 재정을 초래하고, 성장률 저하, 세수 부족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긴축 재정을 야기하는 만성적 재정위기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20년 만의 최저 증가율인 2.8% 증가한 657조원의 2024년 정부 예산안을 통해 예상 재정수입 612조원, 통합관리재정수지 45조원, 관리재정수지 9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통합관리재정수지는 당해연도의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모두 포괄한 수지로 회계-기금 간 내부거래 및 차입, 채무상환 등 보전거래를 제외한 순수한 재정수입에서 순수한 재정지출을 차감한 수치를 말한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인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지로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다.

전체적으로 R&D, 교육 부분 예산삭감이 가장 크고 걱정된다. 연구개발 예산 5조원, 16.6% 감액은 미래 국가의 혁신 동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각국 국민계정에서 연구개발 투자는 그 자체로 GDP에 직접 반영되므로 연구개발 투자의 삭감은 GDP 하락을 의미한다. 그래서 R&D예산은 IMF때도 삭감하지 않았을 정도다. 교육예산 6.6조 원, 6.9% 감소는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근간을 위협하는 근시안적 조치이다. 반면 토건 관련 SOC 투자 예산은 25조원에서 26조1000억원으로 증액되었다.

예산구조의 더 큰 문제는,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있다. 지역은 물론이고 취약계층 등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복지 관련 예산은 거의 삭감되었다. 실업급여 예산 2700억원, 소규모 사업장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인 두루누리사업 예산 2400억원이 삭감되었다. 심지어 공공 보육과 요양을 담당하는 각 시·도 사회서비스원 예산,,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 청소년 노동권 보호 상담사업 예산,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예산 등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감세, 긴축재정은 만성적 재정위기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출발지점이다. 이제 국회의 시간과 국민의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악순환의 수레바퀴를 굴리느냐 멈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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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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