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사람들'의 한걸음...제도는 미비하고 한정적
'틈새 사람들'의 한걸음...제도는 미비하고 한정적
  • 이영미
  • 승인 2023.10.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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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의대 준비반, 영어 종일 유치원이 성행하는 시대...뒤처지는 사람은 여러 이유로 더 늘어날 수 있어

[이영미 칼럼] 언뜻 보면 다 비슷해 보인다. 천진한 아이들 속에서 같이 뛰노는 모습들.

바쁘고 단순했던 예전에는 그런 걸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람은 다 다르고, 그 다양성 가운데 주의하고 조심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 아니, 그간 그렇게 안 해서 생긴 문제들일지도 모른다.

우리집도 그렇다. 5초 정도 들여다보면 작은 아이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3분 이상 보다 보면 아이가 좀 산만하고 고집이 세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거나 반복된 손짓을 하는 걸 보게 된다. 그 때야 비로소 사람들은 이 애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점이 안 보이는 사람도 있다. 보통 사람과 같거나 뛰어난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성적이 좋은데 교우 관계는 별로 안 좋은 학생들. 자신만의 원칙이 분명해 학교 생활에 있어 튀는 행동이나 답답한 언행을 자주 하여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좌절하고 갈등도 하고 집에 쳐박혀 지내기도 했던 사람들 가운데 밖으로 문을 열고 나와 무언가를 하려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 다른 경우인데, 본인은 최선을 다해 애쓰고 노력하지만 그게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는 뭐가 부족해 속을 썩이냐며 야단을 쳤고, “평균 점수 이하는 다 나와” 하며 몽둥이찜질을 하는 학교도 있었다. 장애아나 특수교육 대상자의 범위에는 해당이 안되어 보호도 지원도 못 받는 이 아이들도 있다.

너무 모자라도, 너무 넘쳐도, 너무 빠르거나 느려도 배제하는 분위기

아이큐 85이하로, 자조적인 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보통 전체의 15% 정도의 비율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스퍼거와 같은 능력이 있는 신경 다양성인을 포함해 선천적인 느린 학습자, 다문화가정 출신 등의 학습 지연자와 ADHD등의 문제로 인한 학습부진, 지연 아동을 모두 포함한다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여론이나 통계 등이 주로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현실로 볼 때 전국을 통틀어 본다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더욱이 세상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르고, 현대인의 생존을 위해 주어지는 의무적인 교육과 정보의 양은 더 많고 수준 또한 높아진다.

중등 학생의 한글 미해독자와 고교생의 문해력 부족이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자폐를 포함한 장애아 비율이 현저히 높아지는 시대에 너무 모자라도, 너무 넘쳐도, 너무 빠르거나 느려도 배제하는 분위기다.

이 교육과 능력의 양극화 시대에 대안이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최근에는 이들 스스로 만든 모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에스타스는 성인 자폐인 모임이다 세상에 알려진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작년이다. 또래 살해자 정유정을 자폐인이라고 쓴 언론에 반박성명을 내고, 우영우의 실제 모델인 자폐인 인터뷰들이 나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인 자폐 모임도 권리-차별철폐 주장하는 시위부터, 토론회까지 다양

느린학습자 모임은 지역별로 활성화돼 있다. 교육청에서 또는 각종 단체에서 세미나나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미술활동이나 숲체험도 있지만 취업알선 프로그램도 있다.

성인 자폐 모임도 권리와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시위부터, 토론회까지 다양하다.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더 빠르고 뛰어난 이들에 주목한다. 남들보다 현저하게 빠르고 뛰어난 사람이 주목받는 사이에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이유로 차별받거나 도태된다. 초등 의대 준비반, 영어 종일 유치원이 성행하는 시대에 오히려 뒤처지게 되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 늘어날 수 있는 시대다. 제도는 미비하고 한정적이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서서 뭉치고 모여서 소통하는 계기들을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고개를 들고 다른 이를 바라보는 일조차 쉽지 않았겠지만 이들은 일어서서 밖으로 나와 서로 뜻을 모았다.

작은 한 걸음이라도 그렇게 나왔다는 것 자체가 아마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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