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전쟁...“선생님, 지금 급식실에 좀 와 주셔야겠어요. 빨리요!”
교실의 전쟁...“선생님, 지금 급식실에 좀 와 주셔야겠어요. 빨리요!”
  • 이영미
  • 승인 2023.11.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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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호가요, 지금, 좀!”...미숙한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서툴어, 부딪치고 갈등 하다가 해결

[이영미 칼럼] 다급하게 달려간 급식실, 선생님은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수호가 급식실 식탁 위로 올라가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고 식판은 이곳 저 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몇 아이가 엎드려 팔을 붙잡고 울고 있었고 몇 아이는 그런 아이들을 부축하고 있었다. 수호는 작은 짐승처럼 뛰어다니며 닥치는대로 아이들을 때리고 차고 밀치고 있었다.

최근 한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여기서 피해 입은 한 아이의 엄마가 보다 못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소집했다. 가해 학생 엄마의 말은 모두를 기함하게 했다.

“다 같이 교육을 받으시던가 사과의 자리를 마련해주세요.”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입을 모아 수호를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했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친한 사람이 S대 병원에 있어요.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검사를 받아 봐도 이 애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그 진단, 그 검사가 그렇게 쉽게 결론 나는 게 아닐텐데. 수호라는 아이는 조금만 불안해지면 다른 아이들을 밀치고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는 사고가 속출하는데도 수호의 부모는 ‘다른 곳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맞고 밀쳐진 아이들은 울다가도 계속 반복되고 달라지지 않는 학교 일상

그리고 폭력이 아니라고 오해라고 강조했다. 계속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져 전학이라도 원했지만 수호 엄마는 전학도 병원 검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과 아이의 자유와 권리만 강조했다. 

학교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수호를 돌보느라 그 반은 학습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고 했다. 장애아 등 특수 아동을 돌보아야 하는 실무사 선생님은 수호를 돌보느라 정작 특수 아동들은 뒷전이 된다고 한다. 

그 반 아이들은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숙제에 시달린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나가야 할 학습 진도를 숙제로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고 밀쳐진 아이들은 울다가도 계속 반복되고 달라지지 않는 학교 일상에,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보다’라며 근거 없이 자신을 학대하며 위축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한 아이 엄마가 아이 팔에서 상처를 발견했고, 아이는 별것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그 아이의 폭력이 있었음을 알아냈다. 

문제는 수호의 부모였는데, 만나지 않고 통화를 할 때 뭘 원하시냐, 근거가 있느냐 하는 말이 어쩐지 수상하더라는 것이다. 녹음을 걸어 놓은 것 같고, 어쩐지 그 쪽에서 특정한 대답을 유도해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피해아이 엄마는 학교폭력으로 교육청에 고발을 했다고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얘기가 많이 오갔지만, 수호 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은 문제가 학교와 교육청으로 넘어가 그제서야 조금 편안해 졌다고 한다.

오늘도 교실은 전쟁 중...치료가 꼭 필요한데도 시기 놓쳐 사태 악화시키기도 

미숙한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서툴다. 부딪치고 갈등 하다가 스스로 또는 어른의 중재로 해결해가고 배워간다. 저 출산 시대라고 하지만 그러기에 아이들의 존재는 하나 하나가 모두 귀하고, 개별적인 권리와 요구들도 늘어났다.

20명이 넘는 개성 있는 아이들이 한 곳에 있는만큼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건 자연스럽다. 더구나 지금 시대의 아이들은 올해 초까지 길고 긴 코로나 19여파로 집에만 있다 온 애들도 많다. 갈등은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거기다가 그 아이들 가운데는 주위의 모든 운동과 자극들을 질서 없이 받아들이게 돼 시종일관 정신 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있다. 발달 과정에서 뇌가 균형있게 발달하지 않아 생기는 일종의 문제인데 이처럼 단체 생활 속에서 일이 생긴다면 분명히 개입하여 치료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치료가 꼭 필요한데도 시기를 놓쳐 사태를 악화 시키는 부모들도 보았다. 그 가정의 내밀한 사정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좋아지려니 하고 그대로 두었다가 아이도, 아이의 친구들도 더 나빠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수호네 반처럼 말이다.

아이의 부모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수업이 어려울 정도인데도 병원 진료를 거부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면 그걸 이해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오늘도 교실은 전쟁 중이다. 아이의 교실은 큰 문제가 없고 선생님은 자애로우시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 부디 앞으로도 이런 평화가 계속되기를 바래본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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