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국민연금 개혁…마지막이란 각오로!
첫발 뗀 국민연금 개혁…마지막이란 각오로!
  • 맹정주
  • 승인 2023.11.21 11:41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맹정주 칼럼]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알맹이 없는 개혁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노후에 받을 연금 수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막상 공론화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적립금 소진 시기를 늦추기 위한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과 지급개시연령 조정 등 핵심 사항들이 빠진 개혁안에 대해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개혁 시나리오를 무려 24가지나 제시한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 역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연금제도에는 적립 방식과 부과 방식이 있다. 전자는 일하는 동안 보험료를 적립하고 지급개시연령이 되면 연금을 받는 방식이고, 후자는 정부가 지급해야 할 연금을 세금으로 걷어 충당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적립 방식으로 시작했다가 적립금이 소진되면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저출산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구의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55년이 되면 적립금이 완전 소진돼 부과 방식으로의 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과 보험료 조정 및 연금기금 운용 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한 뒤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고 공시해야 한다(국민연금법 제4조 2항). 역대 정부가 이렇게 해 왔나? 필자는 과거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15년간 재직하며 경제개발 5개년계획 입안에 6번 참여했다. 이렇게 많이 참여한 것은 시행 후 2년이 지나면 어김없이 계획을 처음 수립했을 때와 동일한 절차로 수정 계획을 짰기 때문이다. 법에 규정이 없는데도 이렇게 했거늘 국민연금은 법에 의무 규정이 있는데도 안 했다, 역대 정부의 위법이고 직무유기다. 법대로 5년마다 재정 계산과 보험료 조정 등을 했다면 오늘날 국민연금이 처한 어려움은 훨씬 덜할 것 아닌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안과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개혁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함으로써 길고도 지루할 연금 개혁 공방의 서막이 올랐다. 민간자문위는 앞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2.5%애서 50%로 각각 올리거나 보험료율은 15%로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은 40%로 낮추는 2가지 방안을 특위에 보고했다. 다수당인 야당은 더 주고 덜 받는 쪽을 선호할 게 뻔하므로 최종 합의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더욱이 총선이 코앞에 닥친 터에 국회가 연금 개혁에 매진할지도 의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와 국민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사명감을 갖고 연금 개혁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정부는 이제 연금 개혁의 절박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개혁에 실패하면 연금이 부과 방식으로 바뀔 때 경제가 받을 충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인식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인데도 많은 사람이 나중에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염려한다. 한마디로 기우다. 연금제도를 유지하려고 개혁하자는 것 아닌가? 연금이 용돈 수준밖에 안 된다는 불만은 또 다른 문제다. 연금은 납입한 보험료와 납부기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자금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개인 저축과 사적 연금 등을 합쳐 노후 생활을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국민연금기금 쇄신도 요긴하다. 우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자. 복지부 장관(위원장)과 관계 부처 차관, 노총 등 이익단체 대표,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현행 구조로는 정부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금융통화위원회도 예전에는 재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임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계기로 재무부에서 독립한 후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정부의 입김을 차단해 기금 운용을 독립시켜야 한다. 다만 정부가 위원회와 협의할 창구는 열어 놓자. 위원회 구성도 각 부처 차관이나 이익단체 대표들은 배제하고 투자·금융 전문가로 모두 바꿔 운용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법에 못 박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간섭을 전면 금지하자. 국민연금은 국내 170여 대기업의 2대 주주다. 마음만 먹으면 경영에 간섭할 수도 있으므로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대한항공 회장을 물러나게 한 게 대표 사례다.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권 간섭은 위법이다. 국민연금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익률 제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차제에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도 추진하자. 다만 기초노령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으므로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없애 납입보험료에 비례해 연금을 받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할 때 ‘아무리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지만 전주로 보내는 게 옳은가’라는 논란이 일었다. 필자가 몇 년 전에 가 보니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시 외곽에 공단 건물 혼자 서 있고 길 건너편에 식당, 편의점 등이 보였다. 아마도 개발예정지역에 공단을 먼저 보낸 모양이다. 세계 3위의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는 최고 수준의 투자·금융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마땅하나 그런 사람들이 이렇게 외진 곳에서 근무하려 할 것 같지 않았다. 전주로 이전한 후 매년 기금 운용 인력의 10%가량이 퇴직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다시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맹 정 주 ( imjmaeng@naver.com, blog.naver.com/imjmaeng)

    (전) 서울시 강남구청장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전) 국무조정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조달청 차장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