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 H 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첫 대상은 판매량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이다.
ELS는 주식 종목 및 주가지수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으로, 일정 구간에서는 수익을 지급하지만, 손실 구간(녹인‧Knock-In)을 넘어서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현재 약 20조원. 이 가운데 16조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팔려 나갔다. 이들 중 절반가량인 8조3000억원어치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물량이 약 4조7000억원(56%)에 달한다. 대부분이 KB국민은행에서 팔려 나간 것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국민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서 홍콩 H 지수 관련 ELS 관련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내년 홍콩 H 지수 ELS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대비해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점검을 통해 판매 현황 및 민원 대응, 본점의 판매 관여도, 판매 결정 과정, 불완전 판매 요소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중점 특이사항을 살핀 뒤 다른 은행들에 대해서도 서면 점검에 들어갈 방침이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8월 말 기준)에 따르면, 은행을 통해 판매된 홍콩 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KB국민은행이 4조7447억원으로 은행권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신한은행(1조3329억원), 하나은행(7380억원), 농협은행(7330억원), SC제일은행(6187억원) 등 다른 은행보다 월등하게 많다.
특히 녹인 구간에 진입한 규모로는 국민은행이 4조9273억원으로 전체 녹인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ELS는 통상 3년인 계약 기간 중 녹인 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할 경우, 만기 시점의 기초 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보다 30~35% 넘게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고점인 1만2000선에서 현재 6000포인트 초반으로 정확히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중 지금보다 주가가 최소 30%는 올라줘야 손실을 면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홍콩 H 지수 ELS의 만기가 내년에 도래하는 만큼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내년이 다가오는 만큼 은행권 중 판매가 가장 많았던 국민은행에 대해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과 달리 다른 은행들은 대체로 녹인이 없는 ‘노(no)녹인형’을 많이 팔았다. 노녹인형은 계약 기간에 주가가 얼마 떨어지든 상관없이, 만기 때 주가 하락 폭이 상품마다 다르지만 50~65% 정도보다 작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위험이 적은 만큼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