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를 교체하는 '비례대표제‘
한국정치를 교체하는 '비례대표제‘
  • 정기석
  • 승인 2023.11.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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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분위기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총선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비례대표제가 총선 최대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대 양당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개악’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문이 정가에 돌고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란 비례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단순 배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지난 총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전의 상태로, 과거로 정치를 후퇴시키려는 의도에 다름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가 ‘위성정당’의 빌미를 제공했으므로 병립형으로 회귀해야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지난 총선에서는 위성정당 사태로 인해 ‘소수정당 원내 진입’이라는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조차 사라졌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가 ‘민주당의 전국정당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공공연히 찬성하는 세력도 없지 않다.

권역별 비례제가 위성정당을 방지하면서도 지역 일당 체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논리를 편다. 여야가 각각 독점하는 지역에 석폐율제로 수차례 낙석한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비례대표에 배치한다면 지역 정치의 근거지를 만들 수 있다는 아전인수격 주장이다.

‘위성정당’ 차단 비례대표제를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를 관철시킨 민주당은 이래저래 입장과 처신이 난처하다.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강하다. 비례대표제 개선의 목적이 위성정당 방지에 있으므로 ‘위성정당방지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꼼수 위성정당에는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며 선거 후 합당도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168석을 보유한 최대 다수 정당인 민주당은 비례대표제 담합 의혹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래서 의심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에서 이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대선 전 위성정당 창당을 반성하고 이번에는 정치교체, 정권교체를 위해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법 개선 약속을 지키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발제한 하승수 변호사는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집권여당과 야합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냐며 질타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허점과 부작용이 많았다. 이 제도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일부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었다. 거대 양당은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를 무력화하고 말았다.

다당제 연합정치 비례대표제를

시민단체, 진보정당 등의 요구는 한마디로 여야가 거대 양당 체제를 깰 수 있도록 최소한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며 위성정당 방지를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과 개혁적인 진보세력이 다당제 연합정치의 가능성과 지평을 열 수 있도록 정치개혁을 담보하는 비례대표제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 比例代表制)’란 득표수에 상응하는 의석을 각 정당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다수당에 유리한 다수대표제에 비해 소수집단에게도 득표수에 비례하는 대표권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이다. 유권자로서는 소수를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대표자를 가질 수 있다.

선거구제에 의한 다수대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총득표수가 적은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표도 많이 발생해서 정치무관심자, 정치소외자 양산을 구조적으로 조장한다. 그래서 비례대표제가 다수대표제의 모순을 바로잡을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양당체제가 정치를 오래 과점하고 있는 한국같은 나라에서 비례대표제는 일반유권자의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

비례대표제는 단독이양제도(單獨移讓制度)와 명부제도(名簿制度)가 가장 보편적이다. 단독이양제도는 유권자의 선호도와 개인 및 정당에 대한 지지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 명부제도는 국가 전체를 하나의 선거구로 설정할 때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독이양제도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나열된 후보자들을 보고 좋아하는 순서대로 등급을 매긴다. 명부제도는 유권자가 단일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후보자 명부를 대상으로 투표한다. 각 정당은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당받는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분명하다. 선거제도의 기능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대다수의 합의를 이루는 데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군소정당에 대표권을 부여한다면 단기정당의 결성을 조장, 각종 정치적 흥정과 거래를 통해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국정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1963년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전국구 정수를 지역구의 1/3으로 하고, 지역구 득표율 1위 정당에 전국구 정수의 1/2 이상을 우선 배분했다. 다수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후 실행방식의 변경과 변화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도입한 비례배표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병행하는 다수당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지난 총선에 새로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의 비율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기 어려운 소수정당과 상생을 고려하는 제도였다.

‘소수정당 원내 진입’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적 취지이자 기본적 목표이다. 정치후진국으로 많은 유권자들이 자조하는 한국사회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더 중요하다. 비례대표제는 정치교체를 촉발한다. 정치선진국인 독일의 정당명부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도는 되어야 정치교체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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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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