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광명에 관심…'반값 아파트' 지으면 서울 집값 안정"
[연합뉴스] "서울과 수도권의 뛰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려면 새집을 저렴한 가격에 빠른 속도로 공급해야 합니다. 그것이 신도시를 개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지난달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SH가 경기도 3기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앞서 SH는 정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중 서울과 가장 인접한 구리 토평2지구를 비롯해 기존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의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이를 두고 경기주택공사(GH)가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한 것과 관련해 김 사장은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작한 신도시 정책이 성공했느냐"고 되물었다.
김 사장에 따르면 1기 신도시가 개발된 1990년 서울시 인구는 1061만명에서 2021년 947만명으로 줄어든 반면에 경기도 인구는 616만명에서 1365만명으로 늘었다.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인구가 경기로 빠져나간 사이 경기는 서울은 물론 지방인구까지 흡수하면서 비대해졌다는 게 김 사장의 지적이다.
김 사장은 "서울시와 SH는 이미 1년 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지방 상생형 순환주택사업인 '골드시티'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아직 시작도 못한 신도시 사업 몇군데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강동구 고덕·강일, 강서구 마곡지구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 신도시에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 아파트'를 짓는다면 젊은 세대에게는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주고 나아가 서울 집값을 낮추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국민과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면 얼마든지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GH가 함께 해준다면 효과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 있는 지역으로는 고덕·강일지구와 가까운 구리·토평과 함께 시흥·광명을 꼽았다. 김 사장은 "인근의 항동지구 건설사업을 최근 SH가 마무리했고 (시흥·광명) 주민의 의사 표명도 있었다"고 전했다.
SH가 개발이익을 얻고자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사장은 "공기업이 개발이익부터 이야기하면 안된다"며 "개발이익이 난다면 지하철·도로를 만드는 데 우선 쓰고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공기업은 있을 이유가 없다"라며 "공기업은 국민을 상대로 돈을 벌어 이익을 내라고 만든 게 아니다. 땅을 건설업체에 팔아 이익을 남기고 국민은 '영끌'을 해서 집을 마련하게 만드는 구조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2008년 만든 지침에 따라 SH는 택지·신도시 개발을 하면 50% 이상을 장기전세주택과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는다"며 "임대주택 용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비싸게 파는 '땅장사', 소위 '벌떼 입찰'을 하지 않아 수익이 줄더라도 시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 취임이후 추진한 분양원가 공개, SH공사 자산공개 등도 이런 철학에서 비롯됐다.
SH에 오기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몸담았던 김 사장은 시민단체 활동을 할 당시부터 꾸준히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을 주장해왔다.
SH는 2021년 11월 고덕강일 4단지를 시작으로 위례신도시 마지막 공공분양 단지인 송파구 위례지구 A1-5블록까지 총 8차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취임후 2년간 하루하루가 벅찼다는 김 사장은 "지난 20년간 품어온, 정부에 제안했던 여러 정책 중 열가지 정도를 지난 2년 동안 실현했다"며 "공기업 변화와 혁신의 선도역할을 SH가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성과로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적정시공제, 적정임금제, 사전예약제, 설계도면 공개, 자산 공개 등의 혁신정책이라고 부연했다.
◇"20년간 시민단체 활동…앞으로 20년 더 공익 위해 일하고파"
또 오 시장이 2006년 "공기업의 주인인 시민이 원하는 원가는 공개해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아파트는 후분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SH는 LH, GH와 차별화의 길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SH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만들고자 서울연구원과 계획을 수립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국의 도시·주택 개발공사, 연구기관과 대한민국 국토 발전을 위해 협업하고 싶다"며 "SH와 같이 하든, 지방에서 독자적으로 하든 국토를 폭넓게 쓰기 위한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1981∼2000년 쌍용건설에서 근무한 후 2000년부터 20년간 경실련에서 활동한 뒤 2021년 11월15일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임기는 내년 11월14일까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동안 여러 편견과 맞서서 일해왔고 평생 국민, 공익을 위한 정책을 생각해왔다"며 "20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2년간 공기업 사장을 했다. 이제 앞으로 20년 더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