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는 ‘공존’을 생각하는 따뜻한 연말이 됐으면
‘경쟁’보다는 ‘공존’을 생각하는 따뜻한 연말이 됐으면
  • 조석남
  • 승인 2023.12.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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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교수들,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 선정...새해에는 모두에게 '행운의 선물'이 되기를

[조석남의 에듀컬처] 깨우침이란 '한 해'라는 산에 오를 때가 아니라, 한 해의 마루턱을 내려올 때 비로소 얻는 것이 아닐까 싶다. 톨스토이는 "가장 큰 행복은 한 해의 마지막에서 지난 해의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자족(自足)할 수 있는 사람 역시 그리 많지는 않을 성 싶은 것이 우리네 인생사인 것 같다.

연말 송년회마다 수많은 '건배사'가 넘쳐난다. 이들 건배사들 가운데 특별히 와닿는게 있다. '걸걸걸'이라는 건배사다. '더 사랑할걸, 더 참을걸, 더 즐길걸.' 하나같이 평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며 아쉬움들이 진하게 묻어난다. 킴벨리 커버거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의 구절들처럼 진작에 알았더라면, 아니 일상에서 실천했더라면 뒤늦게 이럴걸, 저럴걸, 후회하는 일도 한결 적어질 터인데….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응답자의 30.1%(396표)가 '견리망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견리망의’를 선택한 교수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의 개인 투자나 자녀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등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교수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상실되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모두가 한 해를 돌아보며, 자그마한 이익에 정의를 등한시하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쫓겨 다른 것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경쟁’보다는 ‘공존’이란 단어를 가슴 속에 새기는 연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사 김정희의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한나절 책을 읽고, 한나절은 좌선을 한다.' 생활에 쫒겨서 반성할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면 지금이 해묵은 때를 털어내야 할 시간이다. 미운 마음, 섭섭한 일들에서 해방돼야 할 시간이다. 어지간한 욕심 쯤은 손해보는 셈치고 깨끗이 놓아야 할 때이다. 원수진 일 아직도 남아있으면 과감하게 물러설 일이다.

오는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아주 멀리 뒤로 물러서고 싶다. 한 살 새롭게 먹는 만큼 한치만큼이라도 나의 삶이 성숙해지기를 바라서이다. 높이 날고, 멀리 보고, 깨끗하게,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싶은 것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연말이면 좋겠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몸과 마음이 추운 이웃을 챙기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한 해 동안 남의 마음에 박은 못, 내 몸에 박힌 못 뽑아내고 후련한 가슴, 맑은 머리로 새해를 맞아야겠다.

지난 한 해, 뜻하지 않게 시련을 겪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옴치고 뛸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이 거대한 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견디다 보면 삶은 재건된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내년은 더 힘들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닥친 국내외 여건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아서다. 그런 때일수록 저마다 선 자리에서 마음을 다잡고 맞서는 게 중요하다. 주어진 여건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서 견디다 보면 어김없이 봄은 온다.

양팔이 없고 다리에도 장애가 있는 스웨덴 가수 레나 마리아가 '인생은 모든 사람이 받은 큰 선물'이라고 감사해 하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이제 보름 후면 찾아올 갑진(甲辰)년 새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리고 새해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또하나 '행운의 선물'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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