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하는 하림..."매각측과 성실하게 본계약에 최선"
HMM 인수하는 하림..."매각측과 성실하게 본계약에 최선"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3.12.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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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3위 도약 "어떤 해운 불황도 충분히 타개할 수 있을 것"
김홍국 "인수가 6조4천억원 자금마련"...내년 상반기 매듭
'승자의 저주' 우려
컨테이너선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HMM(옛 현대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19일 "매각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매각측은 향후 세부계약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림그룹은 입장문에서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벌크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해운업 불황 속에서 자산규모가 17조원인 하림그룹이 자산 25조8000억원인 HMM을 인수할 경우, 그룹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본입찰에서 매각측에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가 특혜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림측은 "매각측과의 비밀유지 계약으로 인해 입찰가격 등 입찰내용과 세부적인 협상조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림,6조4천억원에 HMM 인수

HMM 매각대상 주식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주다.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HMM 매각을 위해 지난달 실시한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하림그룹은 6조4000억원가량의 인수가를 써내 동원그룹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정량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조달 계획, 해운업 경험 등 정성평가에서도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측은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림측에서 인수조건을 두고 여러 요구사항을 내놓으면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체됐다.

특히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매각측에 영구채의 주식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동원그룹은 이달 8일 매각측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요청이 입찰기준에 위배된다며,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하림측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에 앞서 논란이 됐던 요구사항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재계 27위서 13위로 도약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에 있다.  하림이 인수하려는 HMM은 자산이 이보다 8조8000억원 많은 25조8000억원으로 19위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을 인수할 경우, 하림과 HMM의 자산을 합치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KT(45조9000억원)에 이은 13위에 해당한다.

이미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은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품에 안으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익산 본사

하림은 '닭고기'로 잘 알려진 종합식품기업이다.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육계사업에 진출했고, 1986년 옛 하림식품을 세운 뒤 축산뿐만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하림은 축산·식품업에 머무르지 않고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했다.

사료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해 운송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해상운송에 주력하던 팬오션이 사업영역을 넓혀 글로벌 곡물 유통기업, 일명 '한국판 카길'로 거듭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었다. 곡물에서 식탁에 이르는 푸드체인의 전 과정을 통합관리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주체로 내세워 HMM을 사들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선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t(톤)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이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은 사이클이 있는 해운업의 경영노하우가 있다"면서 "앞으로 물류사업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국 회장

◇김홍국 회장  "HMM 볼륨 더 키운다…영구채는 협상할 것"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이날 "사업을 잘해서 해운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보람"이라며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을 위해 볼륨(규모)을 더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해운산업이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하려면 규모화가 돼야 한다"며 "우리는 글로벌 5위안에 들어가겠다, 이번 HMM 인수합병(M&A) 동기가 그렇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하냐고들 하는데, 오히려 회사규모를 키워서 서로 좋은 일"이라며 "수익도 낼 수 있고 이로 인해 국가공동체가 좋아지는 것이 저의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팬오션을 경영해보니, 욕심을 부리면 안되겠더라"며 "우리는 '지속성'에 주안점을 두고 가기 때문에 경영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앞서 팬오션을 인수할 때도 사람들은 '승자의 저주'라고 했으나, 1년 뒤에는 '신의 한수'라고 하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인수자금은 우리는 예비입찰 전에 이미 확보했다"며 "이런 것을 하면서(인수에 나서면서) 인수자금을 준비 안해두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영구채 전환이슈와 관련해 "영구채는 우리가 마크업 한 것이다. 매수자가 매도자에 의견을 제시한 것이고 결정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크업은 우리가 의견을 제시해 협상용으로 쓰는 것이며 서로 동의했을 때 결정되는 것"이라며 "아직 협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협상해서 받아들여 주면 되는 것이나 (매각측이) 안 받아들여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우선협상자 선정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한 것에 대해 "순방에 미래농업에 대한 포럼이 포함돼 있었고 거기 참석한 것"이라며 "HMM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으며,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업계와 금융계 내부에선 하림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본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10조원 이상의 현금유보금을 HMM의 경쟁력 강화에 쓰는 것이 아니라, 돈줄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눈길도 여전하다. 

일각에선 2세로의 승계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인수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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