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을 아십니까...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 필요
RE100을 아십니까...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 필요
  • 정기석
  • 승인 2023.12.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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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2030년까지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런데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관련 기술과 시장의 성숙, 수익성 향상 등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예산을 감축한다고 설명하지만 이해는 쉽지 않다.

내년 신재생에너지 금융·보급 지원 예산도 반토막이 났다.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를 확충하는 사업자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만해도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아 718GWh 규모의 신재생에너지가 생산·보급되었다.

주택과 건물 등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사업’도 예산 삭감으로 차질이 우려된다. 민간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지자체 등의 지원 예산은 줄면서 사업이 조기 종료되고 사업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구촌은 탄소중립의 시대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 정책을 펴지 않고 현재의 기후변화 정책을 유지할 경우 지역별로 최대 6.3%의 부가가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서울에 비해 대구와 부산, 경남, 전북 등 지역이 더 크게 타격을 받으면서 수도권과 지역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별로는 부동산업(-20.99%)과 건설업(-9.70%) 등의 부가가치 생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의 특성 상 에어컨 등 냉방장치 설치를 늘려야하는 등 에너지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기후변화에 둔감한 한국 정부와는 달리 지금 지구촌은 탄소중립의 시대에 본격 접어들었다. 2015년에 파리협정 전후를 기점으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67개국이 21세기 중반인 대략 2050년까지 국가 단위의 탄소 배출을 순 배출 기준으로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선언을 한 바 있다.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적 기업간 협약 프로젝트도 본격 작동되고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으로 불린다. RE100은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취지의 일종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2021년 발간 연구보고서에서, 미래에 RE100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반도체 수출이 최대 31% 하락한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중심,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100’은 의무는 아니지만 필수

우려했던대로 올해 RE100으로 인해 수출이 좌절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전기차 섀시와 모터 부품을 제조하는 한 국내기업이 스웨덴 볼보로부터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해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이같은 볼보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납품 계약은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RE100이 수출 거래에서 강제 의무 준수사항은 아니다. 설사 RE100을 달성했다고 해당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이 100%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것도 아니다. 다만 RE100 인증을 받으면 기업이미지도 제고되고 실제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RE100 달성의 진가는 해당 기업의 소비 전력만큼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을 구매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정부는 1MWh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 지급하는 REC를 거래할 수 있는 별도의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장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 지역난방공사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자들이 별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기업들은 RE100 달성을 위한 REC의 가격이 부담이 될 때, 자체 태양광 설비를 갖추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자구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REC는 RE100 달성과 탄소중립을 촉진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RE100은 기업과 국민의 공통 숙제

RE100 달성은 그 기업 자체에만 한정되므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래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게 RE100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라고는 하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압박과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심지어 불참 기업들이 져야할 책임을 오히려 선도적인 참여 기업들이 떠안게되는 불합리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RE100에서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에너지를 배제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다. 원자력 에너지의 탄소배출량이 태양광 에너지보다 낮다며 배제를 재고하라는 주장이 없지 않은 것이다. EU와 미국 등에서는 RE100 인증에 SMR(소형 모듈 원전) 수준의 원자력 에너지 포함 주장이 제기되었다.

RE100은 단순하게 탄소배출량의 정도로 판단할 문제는 아닌듯하다. 일반적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점점발전 원가가 낮아진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는 그렇지 않다. 안정성을 추구할수록 발전원가가 오른다.

제조업, 수출 위주의 한국에게는 RE100이 관세처럼 무역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중추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철강, 화학 등 산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면 수반되는 비용 등으로 인해 마치 무역장벽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같은 한국기업들의 걱정은 오해나 기우로 여겨진다. RE100은 특정 국가의 법률이나 국제조약이 아니라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협약에 불과하다. 게다가 반드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REC 구매로 해당산업 지원을 표명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RE100’은 불과 2년전만 해도 다소 낯설었다. 한 유력 대선후보조차 미처 용어를 알지 못했을 정도로. 하지만 RE100은 이제 기업의 기본 경영전략이자 국민의 기초 생활상식이 되었다. 심각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기업과 국민이 함께 풀어야할 공통 숙제가 되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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