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지방소멸방지정책...'꿩 못잡는 매'는 매가 아니다
표류하는 지방소멸방지정책...'꿩 못잡는 매'는 매가 아니다
  • 윤영호
  • 승인 2024.01.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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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에서도 ‘지방소멸방지와 균형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무늬의 막연한 구태정책을 지양하고...조만간 소멸될 지방에 사용할 예산을, 경쟁력 있고 자구노력 있는 지방에 집중 투자해야 

[윤영호 칼럼]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절벽상태로 감소되는 가운데, 수도권인구가 비 수도권의 절반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인구감소가 전부 지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출산 고령화현상을 고려하면 지방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 인력의 감소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이제는 제철에 외국근로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동남아 국가의 도시들과 우리 지방도시들이 나름대로 자매결연을 맺어 신뢰를 쌓아 외국근로자의 확보와 그 근로자들의 현장 이탈율을 줄이고 있는 지방이 있으면, 외국인력확충 성공사례가 되어 여러 도시에서 서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19사태 이후 홍천군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일반 음식점 뿐만 아니라, 이삿짐센타같은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젊은 인력도 외국인이 아니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이렇게 우리나라 생산인력 전체인구가 절대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디테일이 없이 막연하게 지방소멸을 막겠다고 하는 것은, 크게는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쓰나미 앞에 뚝을 쌓겠다고 하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다. 급기야 필자가 일찍이 주장했던 이민청의 가동을 정부에서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인구감소해결과 지방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현시점에 볼 때, 모든 지방의 소멸위기를 막기까지는 요원하다. 그동안 저출산 방지를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지출했던 것이 실패로 드러났던 것처럼,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지방으로 지급된 예산집행의 결과도 불을 보듯 뻔하다. 

소멸위기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그럴듯한 이름의 정책을 내고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대동 소이하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지방이슈가 없는 한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지방입장에서 보면 효과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 같은 예산을 무조건 많이 확보하는 것이 능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IMF 때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구조조정

그래서 지방자체단체의 연간 예산의 규모가 지방자치단체장 출마자들의 공약이 되고 치적이 된다. 예산철이 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예산관련 국.과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실을 방문하고 기재부 또는 연간 사업관련 부처 공무원과 만나 예산확보를 위한 홍보와 읍소와 설득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최근 들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제도가 일회성의 공모방식을 통한 지원이 많아서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는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중앙정부에서 거둬들일 예상세수가 크게 부족하여 금년에는 지방으로 배분되던 교부금도 그 비율만큼 줄었다. 

가정이나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나 공히 지출보다 수입이 적으면 부도다. 땅 파서 인건비 같은 경상비 지출하는 게 아니고 들어온 돈에서 주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항목을 전용하거나 채권을 발행하여 부족액을 충당할 수 있으나, 그것이 지속될 수는 없다. 사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고정비는 그대로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IMF 때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구조조정이다. 기업도 자금이 돌지 않고 매출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군 살을 빼고 중복업무를 통합하여 필수기능위주로 작동하는 것이다. 개인도 수입이 줄면 우선 지출을 줄인다. 한계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전략이다. 

그런데 공적기관에서 이 구조조정작업을 하는 것은 비상시가 아니면 시행하기 어렵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인원감축을 위해 부서별 개인별 직무분석을 하게 되면, 없던 업무도 늘어난다. 덜 중요한 일도 중요한 일로 둔갑되어 나열된다. 누구나 저마다 구조조정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한 생존본능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선자치단체장은 다음 선거를 무시할 수 없다. 실효성이 없이 물먹는 하마 같은  단체나 직무라도 유권자 표에 영향을 받으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가해지는 충격이 필요하다. 교부금의 감축도 그 일환일 수 있고, 교부금 뿐 아니라 지방예산 지출에 대한 가성비 효과분석지표를 다음 연도의 잣대로 활용하는 것도 그 일환일 수 있다.

이대로면 소멸대상 지방 모두 없어져...살릴 곳과 죽일 곳 선택해야

교부금을 지급받는 지방자치단체도 중앙정부의 비상정책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매년 늘어만 가던 교부금이 줄었을 때는 그동안 감히 구조조정을 할 수 없었던 것을 결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저런 이유로 평시에 거론조차 할 수 없었던 묵은 체증을 해결할 명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그저 하던 대로 예산을 편성하거나, 취사선택하지 않고 적당히 부서별로 같은 비율로 예산을 삭감하는 편의주의로는 묵은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비상한 때에 비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되어 결국 죽을 것을 알면서도 당장 싫은 소리하기 싫고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서, 수술을 결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직무유기를 넘어선 무능과 무책임 그 자체다.

이제 중앙정부에서도 ‘지방소멸방지와 균형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무늬의 막연한 구태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소멸대상에 나열된 지방 모두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살릴 곳과 죽일 곳을 선택해야 한다. 빨리 소멸될 지방에 사용할 예산을, 경쟁력 있고 자구노력 있는 지방에 집중투자해야 한다. 스스로 구조 조정하지 않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지방에 지원하던 예산을 과감하게 돌려야 한다. 

어차피 ‘규모의 경제원리’에 따라 기존 체제의 지방 행정조직은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경제블럭단위로 재편될 것이다. 쓰나미처럼 밀어닥칠 변화를 예측하여 실기(失期)하지 않고 대비하는 것이 바로 지방행정기관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유권자들을 향한 가장 큰 책무다. 잘 꾸며진 정책홍보도 실효적 효과가 없는 한 무용지물이다. 꿩 잡지 못하는 매는 매가 아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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