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태영건설, '남의 뼈' 깎는 자구계획…주말까지 대안 내놔야”
이복현, “태영건설, '남의 뼈' 깎는 자구계획…주말까지 대안 내놔야”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4.01.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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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일가 개인자금 따로 파킹 의심"…SBS 아닌 TY홀딩스 지분 활용 가능"
‘見利忘義’ 거론하며 “자금조달 수단 있는데 숨긴 것에 대한 불신 해소해야”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태영건설이 내놓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자구계획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자구계획”,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는 내놔야 한다는 최후통첩도 날렸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전날 발표한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이 원장은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를 거론하며 "태영건설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맡아서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는데 부동산 다운턴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4가지 자구안에 대해서도 안건별로 구체적으로 따져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태영건설은 전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과 관련해서는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 "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에 대해서는 "대주주 일가가 필요한 급한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그렇게 되면 실제로는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해서는 "이 회사는 상당히 건실한 기업이지만,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기타 대주주가 있고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다"면서 "자산 자체의 건전성과 별개로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는 채권단의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외담대) 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기초적인 신뢰 축적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담대를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다"면서“외담대가 망가지면 앞으로 채권 형태의 자금 유통이 불가능해진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워크아웃의 대전제인 신뢰를 첫 시작 단추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당국의 의견이 아니라 채권단의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 SBS 지분 매각 대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할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태영이 방송법상 제약을 핑계로 SBS 지분 매각이나 추가 담보 제공을 하기 어렵다는 데 수긍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면서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TY홀딩스는 상장법인인 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태영 사옥./연합뉴스

이 원장은 특히 태영건설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제1차 채권단 협의회까지가 아니라 바로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원장은 "11일 당일에 이런 방안을 내놓고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11일이 지나더라도 이 이슈가 계속될 것이라고 누군가가 기대한다면 그건 아닐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워크아웃 전망에 대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채권단 설득이 되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당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건설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장안정 조치 확대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과할 정도로 충분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워크아웃과 관련한 당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당국은 워크아웃에 대해 답을 최종적으로 제시하거나 채권단에 무리하게 동의하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 불신이 있는 지점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태영 오너 측에서 아직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은 없지만, 연락이 온다면 못 만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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