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디지털 세종대왕...AI는 세종대왕 2.0
인공지능은 디지털 세종대왕...AI는 세종대왕 2.0
  • 용환승
  • 승인 2024.01.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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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온 인류가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 무진장한 서비스...세계의 기업들,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도 적극 참여

[용환승 칼럼]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 할 빼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시러 펴디 못 할 노미 하니라”.

문자가 발명되어 역사시대가 시작되었다지만 문자를 배우기 어려우면 소용이 없다. 구텐베르그가 책을 출판한 1452년에도 일부 귀족과 수도사들만 글을 적고 이해할 수 있어 문맹률이 높았다. 문자를 사용해서 누구나 쉽게 뜻을 펴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나 1446년에 반포된 한글은 누구나 할 말을 하고 쓸 수 있게 하였다.

디지털 카메라와 비디오가 스마트폰에 포함되면서 이제 누구나 사진 뿐만 아니고 동영상을 촬영하여 다양한 효과까지 추가해서 메신저로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세계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글로 남기는 역사시대에서 미디어시대로 전환되었다는 의미다. 개인 방송국을 하나씩 소유하여 실시간 생방송도 가능하며 유튜버라는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직종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미디어는 실제 모습만을 담을 수 있을 뿐 상상하는 그림이나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하는 세계는 아직도 아티스트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나 사건 그리고 미래의 모습은 카메라로 담을 수 없어서 '뜻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상상하는 모든 것을 누구나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드디어 등장했 으니 그것이 바로 GPT로 대표되는 AI다.

AI는 시, 소설, 동화, 논문, 삼행시, 발표자료, 광고문 등 모든 글 뿐만 아니라 그림, 일러스트레이션, 만화, 수채화, 특정 화가의 스타일에 비디오 그리고 음악을 포함한 소위 컨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 창작물을 ‘말’만 하면 뚝딱하며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요술램프 지니, 도깨비, 흥부의 호박은 원하는 금은보화를 가져다주지만 특별한 지능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쉬운 문자를 만들어주신 세종대왕 못지 않게 인간의 표현 욕망을 모든 미디어로 실현하게 한 AI를 제2의 세종대왕이라고 하는 것이다.

필자는 작년 말에 카드를 구입하지 않고 처음으로 AI를 이용해서 나만의 맞춤형 연하카드를 만들어서 보냈다. 카드판매점에서 나온 지극히 제한된 그림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고 내가 그리고 싶은 내용으로 만들다보니 세 장이나 만들게 되었다. “구층목탑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려달라”고 했더니 목탑의 처마에 트리 방울이 장식되고 상단부 끝부분에 트리의 끝으로 만들어진, 산 위에 도시를 내려다보는 배경으로 놀랍게 잘 그려 주었다. '한국의 바닷가에서 해뜨는 모습'도 역시 기대 이상이다.

창의적인 AI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배사를 좋아한다. 올해 유행한 ‘비행기’는 “비전을 가지고 행동하면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건배사는 늘 새로우며 시대를 반영한다. 우리 국민의 창의적 습성을 알 수 있으며 고돌이와 골프내기에서 사용되는 늘 변화하고 추가되는 많은 규칙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래서 게임을 하기 전에 적용할 규칙에 대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고돌이가 노인성 치매 예방에 좋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고돌이 규칙도 재밌으며 올해 개봉된 영화 '서울의 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고돌이 규칙들이 있었다.

AI의 창의성을 한번 확인해보기 위해서 “서울이코노미 단어의 첫 음절을 하나씩 사용해서 한국을 주제로 한 육행시를 만들어줘”라는 지시문을 사용했다. 몇 초만에 생성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서울의 밤하늘, 별빛이 쏟아지듯 아름다워.

: 울려 퍼지는 한강의 물결 소리, 그 속에 깃든 이야기들.

: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도 한국의 정서를 찾아.

: 코스모폴리탄 서울, 세계를 품은 도시.

: 노랗게 물든 가을, 그 속에서 느껴지는 한가롭고 아름다운 시간.

: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 그 모습이 너무나 빛나 보여.

그리고 생성된 육행시를 입력하여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강변에 세워 진 도시들의 미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AI는 보통 여러 장을 그려주므로 사용자는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을 고르거나 계속 다른 그림을 생성하라고 요청하거나 지시문을 보완해서 재요청하는 과정을 거친다.

AI가 그린 한국의 미래 모습.

물론 작곡도 가능해서 즉시 연주해보고 마음에 드는 곡이 나올 때까지 무한반복해도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제 인간이 할 일은 지시를 구체적으로 하고 오직 결과에 대한 평가만 하면 된다. 인간은 이제 AI에게 일을 시키는 ‘갑’이 되었고 AI는 영원한 ‘을’일 뿐이다. 한편 내가 계속 일을 시키다간 무슨 봉변이라도 당할지 모른다는 섬뜩함이 생길 수도 있다. 나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AI에 대해서 우리는 ‘오싹함’을 느낄 수도 있다. 적응이 된 미래세대는 전혀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시키는 데 서툰 우리같은 세대는 아닐 수도 있다.

AI 플랫폼 글로벌 서비스의 부가가치

우리는 정수 나눗셈은 할 줄 알지만 65.4/25.4와 같은 소숫점 나누기는 할 줄 모른다. 한번 나눗셈을 배운 기계는 정수와 별 차이 없이 2.57이라고 쉽게 답을 내놓는다. 또한 24시간 365일 수억 명이 나눗셈을 해달라고 요구해도 성실하게 처리해준다. 그래서 “인생은 짧지만 기술은 길다”는 명언이 탄생되었다(히포크라테스가 그리스어로 ‘테크네’로 기술(의술 포함)이란 뜻으로 말했고 영어로 번역되면서 예술(아트)이 되었다).

인간과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AI를 개발했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이와 같다. 알파고는 이제 수억 명의 바둑팬들과 프로기사보다 뛰어난 바둑 대국을 벌일 수 있다.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프로기사에게 갈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의사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서 6년간의 교육과 4년의 인턴 레지던트 수련이 필요하지만 AI 의사가 만들어지면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주치의처럼 항상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며 AI 판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AI는 전문적 판단만이 아니고 모든 창작 컨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뚝딱하고 만들어 낸다. 이러한 '뚝딱 깨비'를 하나 보유해서 한 달에 20달러씩 받으면 연간 240달러이고, 10억 명이 사용하는 경우 2,400억달러의 수입이 발생한다. AI가 벌어들이는 예상 수입 2,400억 달러는 뉴질랜드의 2021년 연간 GDP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발비를 제외한 비용은 수퍼 컴퓨터 하드웨어 구입비와 운영 유지에 드는 전기료 정도이니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포스코는 2022년 85조원 매출에 3.6조원 흑자이지만 네이버는 8조2천억원 매출에 1조3천억원의 흑자를 보았다. 수익률에서 압도적 차이는 오늘날 국내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오직 SW 플랫폼 사업으로 세계 4대 기업으로 기업가치 2,400조원인 구글의 2022년 매출액은 2,800억달러이었다. 참고로 반도체와 휴대폰, 가전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484조원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인 소동파(蘇東坡)는 `적벽부(赤壁賦)`에서 “저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골짜기의 밝은 달이여.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빛이 되는구나. 갖는다 해도 막을 이 없고 쓰자 해도 다할 날이 없으니, 이것은 조물주의 무진장이다”라고 했다. AI는 한번 개발해 놓으면 온 인류가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 무진장한 서비스로 세계의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대열에 한국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미래에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내년에는 AI로 비디오 카드를 만들어서 보낼 예정이다. 그 속에 필자의 캐릭터를 넣어서 만들면 더 좋을 듯 하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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