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OCI 통합' 초고속 합의, 속사정은(?)
'한미약품·OCI 통합' 초고속 합의, 속사정은(?)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4.01.15 15:4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 '5000억 상속세' 문제 크게 작용…장남 반발, 내부 진통 불가피
(왼쪽부터)송영숙 한미그룹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사진=한미약품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에너지 소재 전문 OCI와 지분 맞교환으로 통합 법인을 추진한 것은 고 임성기 회장 별세 후 최대 고민거리였던 상속세 납부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통합으로 송영숙 한미그룹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문제 해소에 상당 부분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통합과정에 배제된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내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태양광 업체로 잘 알려진 OCI그룹은 지난 12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OCI홀딩스가 통합 지주사가 되고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가 된다. 

OCI홀딩스는 앞으로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OCI의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사진=한미약품

업계에서는 한미약품그룹이 이번 통합을 결정한 배경에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크게 자리한 보고 있다.

2020년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는 오너 일가의 숙제였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약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거래에 참여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부실 논란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으며 투자를 철회하면서 계약은 무산됐다.

이번 통합 계약으로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한다. 한미약품그룹으로서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확보하므로 상속세 마련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번 통합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함께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은 통합 추진 발표 직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통합을 통해) 자산 총액 기준 30대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하게 됐다”면서 “사명과 CI도 이른 시간 내에 교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우선 마련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앞으로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아름다운 동반자로서 공동 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각 집중하면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한미사이언스가 전략기획실장으로 임주현 사장을 선임하면서 임 사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후계구도는 이번 통합을 통해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에 반발하는 것이 변수다. 임 사장은 지난 13일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면서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의 한 측근은 "임 사장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국내 신약 개발을 리드하던 한미약품의 정체성이 과연 보존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임종윤 사장은 고 임성기 창업주의 3남매 중 장남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9.91%를 갖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대표까지 지냈지만 2022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현재 바이오 회사 디엑스앤브이엑스 최대주주이자 코리그룹 회장으로 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의 반발에 대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면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 임 사장과 만나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여동생인 임주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10.2%, 송 회장은 11.66%를 갖고 있다.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0.56%를 갖고 있다. 창업주의 고교 후배로, 경영진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52%)이 어느 편에 설지도 향후 통합 과정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