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지난해 시중 현금증가율이 1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폐 발행잔액은 181조947억원으로, 2022년 말 174조8623억원보다 3.6%(6조232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04년 말 1.6%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화폐발행잔액은 시중에 공급된 화폐의 잔액을 가리킨다. 한은이 발행한 금액에서 환수한 금액을 뺀 수치로, 환수율이 높아지면 잔액증가율도 둔화하게 된다.
화폐발행잔액은 지난 2016년 말 97조3823억원에서 2017년 말 107조9076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18년 말 115조3895억원, 2019년 말 125조6989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이후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2020년 말 147조5569억원, 2021년 말 167조5719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화폐발행잔액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16년 12.2%, 2017년 10.8%, 2018년 6.9%로 점차 둔화하다가 2019년 8.9%로 반등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한 2020년에는 17.4%로 뛰었고, 2021년 13.6%, 2022년 4.4%로 둔화했다.
최근의 대면 상거래 정상화에 따른 한은의 화폐환수율 상승이 화폐발행잔액 증가율 둔화의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관계자는 "현금을 환수하면 금고에 보관했다가 시중은행 요청을 받고 다시 내보낸다"며 "환수가 많이 되는 상황에서는 화폐발행잔액의 증가율이 높아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증가율이 코로나19 사태때 일시적으로 10%를 웃돈 것은 화폐 발행을 크게 늘린 데 따른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3%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현금보유의 기회비용이 높아졌고, 신용카드 모바일 페이 등 비현금 지급수단 사용이 늘면서 현금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화폐발행잔액 중 5만원권은 159조8679억원으로 전체의 88.3%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반면 1만원권 잔액은 2021년 말 17조8220억원, 2022년 말 16조3751억원, 지난해 말 15조7017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말 비중은 8.7%였다.
5000원권 잔액도 2022년 말 1조4390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438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