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칼럼] 인구와 경제와의 상관관계를 정리한 이론이 ‘맬더스의 인구론’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생산력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계몽이 없는 한 빈곤의 악순환과 파국을 가져올 뿐이라는 비관적 미래관이다. 식량부족으로 인해 기근, 질병, 전쟁등의 인구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구증가 억제가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만혼((晩婚:늦은결혼)과 금욕생활을 강조했다.
맬더스의 예언은 빗나갔다. 맬더스 출생직전 1750년 8억 수준이던 세계인구는 약274년이 지난 지금, 10배 규모인 80억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간의 출생률은 지구환경변화, 삶의 양태 변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인간 고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증가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만 같던 맬더스의 인구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적어도 지금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사회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개체증가의 변화를 측정한 적이 있다. 일정 공간 내에서 생존하기에 최적조건을 유지한 상태에서, 쥐의 개체숫자는 처음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한 마리당 쥐가 누릴 수 있는 생활공간이 줄어들면서 그들 간의 스트레스가 증가한 것이다, 이른바 소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만큼, 자연적 불임이 현실로 나타나 어느 임계점 수준에서는 개체수가 감소되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한정된 지구에서 먹을 것(식량)을 절대변수로 하는 출산의 상관관계이론은 너무 단순화된 모델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0.7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그 수치는 더 하향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출산율은 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출산아(出産兒) 숫자다. 한 사회가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은 2.1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것도 전쟁이나 심각한 전염병등으로 인해 급격한 인구감소가 없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다.
이대로 가면 이 땅은 본래 있던 한국인은 소멸되고 땅만 남게 된다는 우려의 소리가 결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1이하인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출산율 그래프가 현 수준에서 멈추더라도 통상 30년인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3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저 출산으로 당장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더욱 줄어든다. 노동력 부족 국가가 되고, 학생 감소로 교육 인프라 공급과잉 문제가 생기며, 저출산 고령화로인한 사회보장 부담이 증가한다. 생산 인력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비인구도 사라진다. 경제활동의 주체가 사라지니 국가 존립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 하면서 산하제한 정책을 펴며 불임을 위한 정관 수술을 하면 그 기간동안 예비군 훈련도 면제받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새해부터 여야 공히 저출산대책문제를 총선공약으로 설정
대한민국 인구소멸이 눈앞의 위기로 보여지기 시작하자, 여야 공히 저출산대책문제를 총선공약으로 설정했고, 정부에서도 세계 최하위 출산율에 따른 위기의식이 어느때 보다도 심각하게 느끼는 듯 싶다.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인구정책이 중요정책으로 제시되었다. 2024년 정부 출산 장려 지원정책을 보면, 기존의 육아휴직제도가 변경되고, 육아휴직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새롭게 생긴다. 부동산과 관련된 혜택이다. 소득별로 금리가 조금씩 다르지만 주택구입자금 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을 약 1.1%에서 3.3%의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구입자금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의 공통 조건으로 부부 합산 연소득 1억 3천만 원 이하의 무주택자에게 2023년 출산부터 적용된다.
둘째를 낳게 되면 추가로 금리가 인하되고 대출 기간도 연장할 수 있다. 그에 더해 아이를 낳으면 아파트 분양의 우선권을 주는 공급제도가 늘어나고 태아를 포함해서 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에게 공공분양과 민간 분양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또한 1월 1일부터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계산할 때 배우자 통장 가입 기간의 50%를 합산해 줘서 최대 3점까지 가산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24년 3월쯤부터 부부 중복 청약 신청도 가능해져 부부 모두 통장을 보유하는 게 유리해진다고 한다. 그 외에 달라지는 출산 장려 정책으로 0세에서 1세 자녀 양육 가구에게 지급하는 부모 급여가 0세의 경우 월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 1세는 월 3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어난다. 첫 만남 이용권도 기존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확대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원도 기존 5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이러고 보면, 기존 대비 파격적인 맞춤형 지원들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대체 인력의 여유가 없는 기업의 열악한 환경에서 기업에게 모든 부담을 떠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나아가서는 일찍이 맬더스의 인구론에서 인구증가를 식량생산력에 너무 집중적으로 상관시켜 분석한 한계를 지적할 수 있듯이, 출산율을 경제적인 혜택이나 휴가제도에 집중적으로 상관지을 수 없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소득이 낮았고 식량부족으로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던 옛 시절에도 출산인구가 오늘날 처럼 감소하지 않았다. 100세 장수시대가 아니었어도, 할머니가 손주를 돌볼 수가 있었다. 30세 이전에 첫 출산을 한 부모는 60세가 되어도, 그 자녀가 출산한 다음세대의 아기를 돌보며 또 다른 출생과 양육에 음으로 양으로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저출산 해소 위해 15년간 280조원의 막대한 정부예산 투입
핵심은 조기출산(早期出産)이 이를 가능케 했다. 오늘날, 결혼율 50%의 저조한 결혼속에서 또 40세 가까이 되어서 초산(初産)을 하는 만혼 때문에, 다음 세대가 첫 출산을 하면, 예전처럼 조부모가 손주의 양육을 물리적으로 돌 볼 수가 없다. 40세에 초산을 할 경우, 다음세대가 동일 나이에 출산한다고 가정할 때, 조부모의 나이는 80세이상의 고령이다. 늦은 결혼과 늦은 출산, 그리고 출산에 대한 부담은 저 출산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또 경제적으로 열악한 아프리카지역의 출산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이슬람문화권에서 사는 사람들의 출산율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경제적 생활여건과 출산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결국 이 지구의 주역으로 남게 되는 사람은 조기출산율이 높은 인종이나 민족이 될 것이다.
지난날, 저출산 해소를 위해 15년간 무려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되었지만, 돈정책 만으로는 깨진 항아리에 물 붓듯, 백약이 무효였음을 심각하게 교훈삼기 바란다. 인간의 출산은 수익이 있으면 비례해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맬더스의 인구론에서 식량문제가 인구문제 변수의 전부가 아니었듯이 오늘날 재정정책이 인구소멸문제 해결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예상 못한 수많은 변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나홀로 독신세대가 42%에 이르렀고 향후 50%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초산(初産)을 앞당길 수 있는 결혼문화, 화목이 유지되는 가족문화, 돈으로 편리함만 추구하지 않는 가치관, 대량생산-대량소비가 미덕인 세상에서 야기되는 지구환경파괴 등,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수많은 행불행 요소들을 다시 살피고 재조명하는 다면정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의 삶의 가치와 행복요소들은 수요와 공급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단순한 시장경제 논리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기대만 부풀리는 정책보다 중장기적으로 목적이 달성되는 정책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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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