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 첫 제재 물거품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SK㈜가 공정거래위원회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제재에 대한 불복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하 홍성욱 황의동 부장판사)는 24일 최 회장과 SK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웨이퍼 생산회사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뒤, 같은 해 4월 잔여지분 49% 가운데 19.6%만 추가 매입했고 나머지 29.4%는 이후 최 회장이 사들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지주회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보고, 지난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에 대해 각각 8억원씩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최 회장이 실트론 잔여지분 인수의사를 보이자, SK가 합리적 검토없이 이를 양보했고 결국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었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최 회장과 SK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 당시 SK가 잔여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을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당시 SK는 LG실트론의 나머지 49% 지분 중 KTB PE가 보유한 일부지분(19.6%)만 인수해도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며 지분을 100% 확보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 지분(29.4%)은 최 회장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공정경쟁입찰에 참여해 정당하게 확보한 것일 뿐, 채권단과 사전에 공모하거나 부당한 혜택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SK 임직원이 최 회장의 지분인수를 돕거나 실트론 실사요청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경쟁자들의 입찰참여를 어렵게 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익충돌' 상황임에도 이사회 승인 등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원은 양측의 논리를 검토한 결과, SK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