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진교 기자]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은 제대로 안주고 이익 남았다고 직원들에게 5,000만원 내외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올해 성과급 규모를 대폭 늘렸다.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을 지난해 도입하면서 회계상으로 이익규모가 커지는 형식상, 수치상의 실적증대에 따른 것이다. 보험금은 잘 안주면서 남는 돈으로 직원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다. 고객들의 보험사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임직원에게 연봉의 5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성과급은 연봉의 47% 수준이었다. 삼성생명도 연봉의 29%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작년보다 6%포인트 오른 규모다. 연봉이 1억원인 직원의 경우 삼성화재는 5천만원, 삼성생명은 2천900만원을 일시금으로 보너스를 받은 것이다.
DB손해보험은 연봉의 30~41%, 현대해상은 30% 내외 금액을 보너스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60%수준으로 비교적 많이 지급한다.
보험회사들은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2023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생손보사 당기순이익은 11조4225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3조6613억원(47.2%) 많은 수치다. 생보사만의 경우 이 기간에 전년동기 대비 1조4556억원(49.4%) 많은 4조399억원을 벌었다. 손보사는 전년동기 대비 2조2057억원 (45.8%) 많은 7조232억원을 벌었다.
보험사들이 실제로 실적이 나아진 면도 있겠지만, 상당부분은 새로운 회계제도의 도입으로 수치상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으나, 보험업계는 별로 따르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남는 재원을 배당이나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보험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해 생보 전속 설계사 연평균 소득은 5,563만원으로 2021년(4,875만원) 대비 688만원(14.1%)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300만원의 급여와 비교해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설계사 수당은 모두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의 일부를 지급하기 때문에 이 부담 역시 보험소비자의 몫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은 “보험사들이 이익이 남으면 90%를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유배당 상품을 이름만 무배당이라고 붙여서 모두 회사 이익으로 가져가면서, 계약자에게 더 받은 보험료 조차 이익으로 챙겨가는 불공정한 무배당 상품으로 생긴 이득마저도 마치 임직원의 성과로 생긴 이득처럼 모두 가져가는 것은 감독당국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를 봉 으로 생각하는 보험사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