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플랫폼노동자여, 단결하는가
100만 플랫폼노동자여, 단결하는가
  • 정기석
  • 승인 2024.02.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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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평생,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4대보험도 언감생심이다.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고용주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자영업자 신분이라 그렇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이들을 특수한 이름으로 특별히 따로 구분짓는다. 일명 ‘특고’. 특수고용노동자, 또는 ‘플랫폼노동자’.

지난해말 민주노총서비스연맹은 택배·배달·퀵서비스·마트배송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방과후강사, 가전제품 방문점검·설치수리직 등 특고노동자 1183명을 대상으로 ‘특고·플랫폼 노동자 노후대책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평균나이는 50.1세, 평균 월 소득은 242만원이었다.

이 조사분석결과에 따르면 특고·플랫폼노동자 4명 중 1명은 노후준비를 사실상 아예 하지 못한다. 특고노동자들의 노후준비 정도는 4점 만점에 1.53점으로 나타났다. 노후생활을 시작할 나이를 묻자 ‘가능하면 오래 일하겠다’가 36.2%로 가장 많았으며 ‘66~70세까지 일하겠다’도 29.6%에 달했다. 특고노동자들은 노후를 준비할 소득도, 준비할 여력이나 의욕도 없는 것이다.

플랫폼법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지금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위해 관계부처와 막바지 협의 중이다. 일단 플랫폼법상 규제 대상인 ‘지배적 사업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정책 목적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할 때 매출과 시장 점유율, 이용객 수 등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고 정성적 평가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법은 플랫폼 시장에서 일정 규모를 넘어선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의 반칙행위(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강제)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전 규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하위 법령이 제정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법 시행은 1년 후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른바 ‘네카오’(네이버·카카오)와 구글, 애플 등 4~5곳 정도가 우선 규제 명단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해당업체 및 관련 업계, 경제단체의 불만과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거래법으로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율과 제재가 가능한데 추가 법안은 과도한 '이중 규제'라는 주장을 편다.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 나아가 먹거리 산업의 발전을 해친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편, 야당도 정부가 준비하는 법안의 수준과 내용에 호의적이지 않다. 공정위가 마련한 법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권 당시 추진했던 대로 갑을 관계 규율에도 입법을 통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 정부와 여·야 간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실제 입법이 되기까지는 변수와 장벽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플랫폼노동은 유연하나 불안하다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이란 앱이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고용 형태(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노무 제공자가 사용자에게 종속되지 않은 자영업자로서 특수고용노동자(특고)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디지털 특고라고도 불린다.

인터넷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동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게 큰 특징이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와 방식의 노동시장에서 복무하는 노동자들이만큼 으레 일반적 노동자들과 다른 특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우선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일자리를 가진다. 자율적으로 근로시간과 장소도 조절할 수 있다. 이같은 특징으로 인해 일부 노동자들은 유연성과 경제적 이점을 수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은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근로자 보호 부족 등이라는 약점에 항시 노출된다. 플랫폼노동자들에게 노동자의 취약한 권리, 근로 조건의 불확실성, 사회적 불평등 등의 쟁점과 숙제가 불가피하게 따라붙는다.

무엇보다 플랫폼 노동의 미래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과 밀접히 연결된다. 플랫폼 노동시장이 성장하면 할수록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 공정한 경쟁 조건, 명확한 고용 관계 등의 법적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적정한 임금, 근로시간 규제, 사회적 보장 등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보장하는 정책이 우선적, 체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플랫폼노동자는 근로자로서 법적 사각지대

싫든 좋든, 원하든 원치않든, 플랫폼 노동은 이미 전 세계적 차원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음식배달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플랫폼을 통해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하여 음식 배달을 수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개인 차량 운전자가 승객을 운송하는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도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완료하는 ‘작업 완료 플랫폼’도 흔한 사업모델이다.

현재 우리나라만 해도 배달 라이더·웹툰작가 등 플랫폼 노동 종사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하는 회의를 통해, 플랫폼·프리랜서 종사자들의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 및 저작권 강화 등의 보호 방안을 특별히 논의해야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이 현행 제도로는 공정거래법·민법 등을 적용받지만, 향후 근로기준법 상의 최저임금·근로시간·계약해지와 같은 보호장치를 일부 적용하는 방안도 본격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플랫폼노동자는 고용관계 없이 독립된 자격으로 일을 해 근로자성과 사업자성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근로자로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대우도 열악하고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해 사고 위험도 크다. 이같은 플랫폼노동자의 처지와 문제를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비로소 형성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지금, 100만 플랫폼노동자들은 서로, 함께 단결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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