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총명하고 AI는 어질다
인간은 총명하고 AI는 어질다
  • 용환승
  • 승인 2024.02.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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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만든 모든 문서를 읽은 AI...어질다는 말은 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

[용환승 칼럼] 우리는 똑똑한 사람을 총명하다고 한다. 총명이라는 단어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사용한 말로 '총'은 총이지원(聰以知遠)으로 먼 곳의 상황을 안다는 것이고(귀는 먼 곳의 이야기를 들어서 알 수 있다), '명'은 명이찰미(明以察微)로 세세한 것까지 관찰하는 것이다. 총명은 먼 곳의 일부터 미세한 것까지 모두 아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인간은 인터넷을 통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구의 끝 뿐만 아니라 먼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의 자세한 이야기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인간은 총명하여 오히려 너무 총명한 점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제 강의실이나 발표장에서 조금이라도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현장에서 검증이 끝나 질문이 들어올 수 있다. AI를 사용토록 허용한 가운데 시험을 치른다면 모두가 백점을 맞을 것이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알아서 어른들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공자님 시절에도 영재가 있었고 8살된 아이 황택과의 대화가 남아있다.

아이는 "아주 추운 겨울에 모든 나무의 잎들이 말라 버렸는데 어찌 소나무만 잎이 푸릅니까?" 공자는 “속이 꽉차서 그럴 것이다” 답하자 아이는 “그러면 속이 빈 대나무는 어찌하여 겨울에도 푸릅니까?”. 답변이 궁색한 공자는 “사소한 것 말고 큰 것을 물어보아라”, 그러면 “하늘에는 별이 모두 몇 개입니까?” 결국 공자는 이 아이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일로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는 고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는 능력이 AI 시대에 맞는 경쟁력이다.

도서관과 백과사전

요즘 학생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서 출판사들이 울상이다. 책을 스캔해서 전자책으로 만들어 태블릿으로 공부하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서관이 새로 지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갑다. 스타필드의 별마당 도서관은 책들을 설치 미술처럼 전시해 놓았다. 며칠전 개장한 수원의 스타필드는 더 근사한 도서관을 개관했다고 한다.

물론 지식을 저장해놓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 지식인 혹은 전문가의 도움이 없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기원전 3세기에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세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70만 권의 책이 있었다고 한다. 청의 건륭제는 3,800명의 학자를 동원해서 12년에 걸쳐 8만 권의 책을 수집해서 정리한 사고전서를 편찬했다. 고려는 외적의 침입을 불교의 힘으로 막고자 15년에 걸쳐 팔만대장경을 간행했다.

1768년부터 영국에서 만든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은 1974년 판의 경우 12만 개의 항목을 4천명의 학자가 참여해서 만들었다. 오늘날 600만 개의 항목을 가진 위키피디아에는 못 미치지만 오랫동안 지식의 보고로 거실을 장식하기도 했다. 조선의 규장각에는 중국 2만권, 한국 1만 권의 총3만 권의 책을 소장했었다. 미국 의회도서관에는 1억 6,700만권, 한국의 국회도서관에는 1,400만 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다. 도서의 수는 곧 그 나라의 정보력이었으나 오늘날 인터넷으로 세계의 정보와 접근은 평준화되었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아카이브 사이트(archive.org)는 전 세계의 모든 웹사이트 정보에 대해서 생성된 날 이후부터 변경된 모든 이력을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의 모든 사이트에 대해서 15년 전의 웹사이트 내용까지 전체를 찾아볼 수 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청나라의 조계인은 “나는 평생에 세 가지 소원이 있다. 첫째는 세상의 훌륭한 사람을 전부 아는 것이고, 둘째는 세상의 좋은 양서를 모두 읽는 것이고 셋째는 세상의 좋은 경치를 모두 구경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으니 기개가 큼을 알 수 있다. 시인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즉 사람은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는 대략 3천 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1614년에 허균은 북경에 두 번 다녀오면서 구입했다는 책이 4천 권인 점을 생각하면 아주 많은 양은 아니다. 고증학의 창시자인 중국 청나라 초기의 대학자 고염무는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즉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고 했다.

중국의 오립부(吳立夫)는 “글을 잘 지으려면 3만 권의 책을 읽어야 함은 물론, 천하의 기이한 산천을 두루 구경해야 한다. 이것이 없이는 아무리 글을 잘 지었다 하더라도 아녀자들의 얘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오늘날 어떠한 글도 척척 막힘없이 순식간에 지어내는 AI는 인류가 지은 모든 글을 읽었다. AI보다 더 글을 잘 짓는다면 천재에 가깝다.

동양사상의 진수인 공자의 핵심 가르침은 인(仁)으로 요약되며 우리 말로는 ‘어질다’로 풀이된다. 사전에 따르면 어질다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뜻을 단순히 착하고 덕이 높다고 해석한다면 뜻을 실감하기 어렵다.

어질 인(仁)은 설문해자에 의하면 옛 글자는 어질 인(忎)이다. 이 글자의 갑골문은 오른쪽 그림과 같은 데 천 개의 심장(마음)을 의미한다.

모든 책을 읽은 AI는 어질다

즉 어질다는 것은 천 명의 마음을 이해하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공감 능력과 같다. 공감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편협하지 않고 너그러워지게 된다. 만백성의 어버이인 군주가 어질려면 만백성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성격이 괴팍하다고 여긴 허균은 친구가 없어서 흠모하는 고인인 도연명, 이태백, 소동파의 3명과 친구가 되어 사우재(四友齋)를 짓고 살았다. 아무리 마당발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수천 명이다. 다이소의 물건 가격 상한선이 5천원이듯 한 사람이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의 친구 수 상한선은 5천명이고, 대학때 100명의 친구를 사귈 수만 있으면 성공한다고 했다.

어질었던 정승으로 유명한 황희의 일화에는 다툼에 대한 의견에 쌍방의 말이 모두 옳다고 해서 옆에서 뭐라고 지적하니까 그 말도 옳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모두를 이해할 수 있기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시비를 판단하지는 못하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 문제는 풀리게 되어 있다.

인공일반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오늘날의 AI는 천명의 마음이 아니고 인류가 남긴 전체의 글을 읽었으므로 인류 전체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AI에게 어떤 질문을 해도 항상 ‘너그러운’ 답변을 준다. 결코 편협되지 않고 지극히 보편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표준 답변이다.

일부 편협되 답변은 과거의 인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해왔었던 문제였고 오늘날 가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해결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AI를 ‘어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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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4-02-06 21:13:49
자문을 거치는것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윤진한 2024-02-06 21:13:00
그런데, 황택에 관한 일화는 누군가 야담으로 지어낸 일화로 보여집니다. 여러 사람이 이 일화를 소개하는데, 출처가 유교경전등에 근거한 것이라는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더군요.언어유희로 누군가 말을 지어내 시중에 유포되는 야담.설화 형식으로 보여집니다.
유교 경전이나, 국가에서 인정하는 정사, 학교교육의 교과서가 아닌, 설화나 야사는 가급적 인용않는게 좋습니다. 위험한 루머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불교 Monkey 일본 강점기를 거치며, 유교나 공자님에 관한, 이상한 루머.야담이 성행하는데, 수천년동안 유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출처가 불명확하고, 의심되면, 유교경전.가톨릭 경전, 세계사, 한국사도 대조해보고, 백과사전, 학술논문, 대학교 전공서적등도 찾아보아야 합니다. 주변의 유학자나, 가톨릭 성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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