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붕괴 위기에 '결단'…의사들 "파업 불사" 반발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19년째 3058명으로 동결 상태인 의대 입학정원은 내년도부터 65.4% 늘어난 5058명으로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원회에서 “벼랑 끝에 서 있는 필수의료를 살리고 고령사회에 대비한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라면서 “정부는 올해를 의료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증원분을 집중 배정한다"면서 "추후 의사인력 수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조정해 합리적으로 수급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증원 규모는 복지부가 작년 11월 대학들을 상대로 진행한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2151∼2847명)보다는 다소 적지만, 증원 폭이 1000명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다수 예상을 훨씬 많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면서 “정부는 오직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 생명과 건강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에 의료계의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의협은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12일 오후 9시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파업 등 의료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공의와 개원의들이 총파업에 나설 경우, 업무복귀 명령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복지부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 업무개시명령서를 휴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달하고 명령 위반자에 대해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중요 원인으로 의사 수 부족을 지목하고 의대 증원을 추진해왔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OECD 평균은 3.7명이고,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 독일(4.5명) 등은 우리나라의 2배 안팎 수준이다.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의사 수 부족이 지역·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방 병원들은 의사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고, 환자들은 새벽 KTX를 타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다.
응급실에서 의료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응급환자를 받지 않아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는 '응급실 뺑뺑이'도 잇따랐다.
이른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고,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민생토론회에서 10년 뒤인 2035년도까지 1만5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은 2035년 의사 수가 1만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취약지역의 부족한 의사 수 5000명을 감안하면 1만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