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가 배상책임 첫 인정
서울고법,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가 배상책임 첫 인정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4.02.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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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 충분히 심사된 것 아닌데도 일반화해 공표”
1심 판결 뒤집어…위자료 1인당 300만∼500만원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유족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첫 판결이 내려졌다. 배상 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을 항소심 재판부가 뒤집었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는 6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와 그 공표 과정에서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이라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환경부 장관 등이 불충분하게 유해성 심사를 했음에도 그 결과를 성급하게 반영해 일반적으로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다음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물질 자체의 독성 등 유해성이 일반적으로 충분히 심사·평가된 것도 아닌데도 일반화해 공표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불충분한 심사와 고시에 따른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은 국민의 건강·생명·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고 직접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역학조사 미실시,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의약외품 미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1심처럼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 5명 중 2명은 위자료와 동일한 성격을 가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상 구제급여조정금을 상당 액수 지급받았으므로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기각했다.

나머지 3명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이미 받은 지원금, 구제급여 등을 고려해 정했다고 밝혔다.

2008∼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원인 모를 폐 손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은 2014년 국가와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2016년 제조업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국가에 대한 청구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후 원고 10명 중 5명이 국가를 상대로 패소한 부분만 항소해 2심이 진행돼왔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송기호 변호사는 선고 후 "국가가 단순히 피해자들을 시혜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배상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큰 판결"이라면서 "국가는 이 판결에 상고하지 말고 피해자 배상을 최종적으로 국가의 법적 의무로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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