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손실 7조원 전망 제기되기도…금감원, 16일부터 2차 검사 돌입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가입자들이 15일 감사원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태를 겪었으면서도 고위험 상품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면서 비슷한 문제가 재발했다는 것이다.
올 들어 홍콩H지수 기초 ELS의 손실 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섰고, 전체 손실액은 자칫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콩 H지수 ELS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공언한 상시 감시가 작동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금융당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모두 973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은 4512억원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6%(5221억원)에 이른다.
H지수가 5,000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거의 60% 수준이다.
올해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H지수가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피해자모임은 금융당국이 2019년 DLF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불완전판매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융위가 정례화하기로 한 '고위험 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 회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세 차례만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도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사를 찾아가 상품 판매 절차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핑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홍콩H지수 ELS 판매가 시작된 2021년 이후 실시한 미스터리 쇼핑은 한 차례에 그쳤다는 것이다.
피해자모임 측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금융당국도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16일부터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5개 은행·6개 증권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불완전판매 현황을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진행한 1차 현장검사에서 파악한 불완전판매 사례와 관련된 유형을 점검하고, 다른 문제점을 발굴하려는 것이다.
금감원은 1차 검사에서는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보험금에 대해 투자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금감원은 검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말까지 책임분담 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고령층 등에 알기 쉽게 상품 설명이 됐는지, 투자자가 과거 고난도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 가입 채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유형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