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버리징으로 ‘빚의 함정’ 탈출을
디레버리징으로 ‘빚의 함정’ 탈출을
  • 정기석
  • 승인 2024.03.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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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지금 한국은 ‘빚의 함정’에 빠져있다. 위험한 초원의 늪에 빠진 초식동물처럼 허우적거리고 있다. 특히 민간부채가 과도하다. 가계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을 지속적으로, 상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에서 발표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227.0%에 달한다. 이중 가계신용이 101.4%, 기업신용 125.6% 수준이다. 가히 세계 주요국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당연히 가계와 기업은 과잉부채 해소를 위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는 국내 경기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직결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 및 기업 부채를 줄이려고 다각적인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택 관련규제와 정책모기지 공급 등은 증감을 거듭하면서 여전히 불안정한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서는 대출한도 계산 시 향후 금리인상가능성을 반영,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DSR을 도입했다. 또한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DSR 규제 적용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계, 기업 등 취약차주의 채무부실화부터 차단을

다만 최근 경기침체와 금리상승이 차주의 DSR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 조심스럽다. 취약차주의 채무 부실화가 금융불안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채무조정 지원, 신용회복수단 제공등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기업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부실위험은 증가, 한계기업과 PF부실사업장 등의 구조조정이 확대될 전망이다.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은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 종료로 이연된 부실의 현실화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연착륙 지원으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이다.

디레버리징은 신용중개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회사의 성장세 둔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출채권 연체율은 2022년 3분기 이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4분기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무엇보다 비은행금융업권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손실흡수력 제고를 위해 은행업권에 대해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완충자본을 도입하는 등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비은행금융업권에 대해서도 부실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손실인식 및 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업권의 충당금적립률(충당금/고정이하)은 2022년 이후 저하 추세이며, 특히 상호금융, 저축은행 및 증권업권의 경우 100%를 하회하고 있다.

부실 전 단계인 요주의여신 규모는 2022년 이후 증가 추세인데, 합산 기준으로 2023년 3분기말 업권별 요주의여신 규모는 고정이하여신의 0.8배에서 3.4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과 건설업 여신의 요주의여신 규모가 각각 고정이하여신의 9.1배, 4.2배에 달하고 있어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회사의 디레버리징은 신용도로 직결

이처럼 작금의 디레버리징 영향과 현상을 분석한 한국기업평가는 “금융회사의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시장지위 및 리스크 프로파일 변화, 부실 확대와 충당금적립에 따른 손실부담이 사업 및 재무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임을 밝힌다.

한기평의 분석에 따르면, 상장금융회사의 2023년 4분기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충당금적립 등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4년에도 부실우려 자산에 대한 손실 인식이 확대되면서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저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레버리징의 영향은 업종별로 차별적이나, 조달과 운용 측면에서 사업환경이 가장 비우호적인 저축은행이 부정적 영향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BIS(국제결제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23년 2분기 기준 225.6%로, 자료가 제공되는 43개국 중 최상위권이다.

43개국 전체 평균(159.3%)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선진국 평균(161.5%)과 신흥국 평균(156.0%)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22년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가파른 금리인상을 단행,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다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금리상국면에 들어선 2022년 이후로도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다 강력한 디레버리징으로 가계든, 기업이든, 국가든 맹수같은 ‘빚의 함정’에서 어서 벗어날 때다. 탈진한 초식동물처럼 취약차주의 채무부실화라는 국가경제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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