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 기본배상비율 20~40%±α…투자자별 요인 45%P 가산 또는 차감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금융감독원은 11일 6조원에 가까운 투자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와 투자자의 과실을 개별 적용하는 0~100% 차등배상 원칙을 적용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손실액의 100%를 배상받거나 아예 못 받는 투자자도 나올 전망이다.
이 같은 기준안은 앞으로 홍콩 ELS 판매사들이 자율적으로 배상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르면 판매금융사는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
분쟁조정 기준안은 2019년 불완전판매가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때 처음 도입된 제도다. 당시 배상비율은 가산·차감 요인 등을 고려해 20~80%로 정해졌었다.
이번 홍콩 ELS 사태에서는 판매사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3대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손실액의 20~40%(기본배상비율)를 배상토록 했다.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이 발견된 경우 정도에 따라 은행은 10%p(포인트), 증권사는 5%p가 일괄 가중된다. 단 온라인 판매채널은 내부통제 부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은행 5%p, 증권사 3%p가 가산 적용된다.
여기에 판매사 요인이 가중된다.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 10%p↑ △금융취약계층(80세 이상 초고령자 등) 5~15%p↑ △ELS 최초투자 5%p↑ △자료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콜 부실 5~10%p↑ △비영리공익법인 5%p↑ 등에 따라 배상비율에 최대 45%p가 가산된다.
반대로 가입자에 책임이 있는 경우 배상비율이 차감된다. △ELS 투자경험 2~25%p↓ △매입·수익규모 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금융권 종사자 등) 5~10%p↓ 등 투자자에 책임이 있는 경우 최대 45%p를 배상비율에서 차감키로 했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별도 고려사항이 있는 경우 10%p 범위 내에서 가산하거나 차감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40만계좌 전체를 확인한 상태는 아니지만, 판매사의 일방 책임만 인정돼 투자손실의 100%를 배상해줘야 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면서 "다만 ELS는 정형화된 상품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기본적 판매절차 등도 갖춰져 판매사들의 평균 배상책임은 DLF 사태 때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LF 사태 당시 평균 배상비율은 50∼60%였다.
판매사들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을 위반,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20∼40%를 적용하며,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포인트(p), 증권사는 5%p를 가중토록 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8일부터 두 달간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판매정책·고객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함께 판매시스템 및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됐고 기준안에 이를 반영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영업 목표를 상향하는 등 무리한 실적경쟁으로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했고,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임의조정 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확인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기관·임직원 제재나 과징금·과태료 등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판매사의 고객 피해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 등은 제재에 참작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이번 분쟁조정 기준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이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루어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 금융위와 함께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 H지수 기초 ELS 판매잔액은 39만6000계좌에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판매사별로는 은행이 24만3000계좌에 15조4000억원 상당, 증권사는 15만3000계좌에 3조4000억원 상당을 판매했다.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에게 판매된 계좌는 21.5%인 8만4000계좌다.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홍콩 H지수 기초 ELS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이며 누적 손실률은 53.5%다.
지난달 말 기준 지수(5,678포인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추가 예상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 수준이고, 전체 예상 손실금액은 6조원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