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물가상승률 71.0%로 역대 세번째 70% 상회…배는 24년5개월 만의 최고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지난달 과실 물가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의 격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다른 품목에 비해 과실 물가부담이 컸다는 얘기다.
복숭아 물가상승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사과·배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상승률은 40.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7.5%포인트 높았다.
이 격차는 과실 물가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85년 1월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컸다. 기존 최대 격차는 1991년 5월의 37.2%포인트였다.
지난달 과실 물가상승률 40.6%는 1991년 9월(43.7%) 이후 3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과가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대체재인 다른 과일 가격도 상승하며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지난달 사과 물가상승률은 71.0%로 1999년 3월(77.6%)과 지난해 10월(74.7%)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70%를 넘었다. 사과 물가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67.8%포인트로 역대 세번째로 컸다.
배 물가상승률은 61.1%로 1999년 9월(65.5%) 이후 24년5개월 만의 최고치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의 격차는 58.0%포인트 벌어져 1999년 9월(64.7%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복숭아 물가상승률이 63.2%로 1976년 7월에 기록한 기존 최고치(61.2%)를 넘어 새 기록을 썼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격차도 60.1%포인트로 역대 가장 컸다.
감 물가상승률은 55.9%로 1994년 8월(69.7%) 이후 29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참외는 37.4%로 2010년 5월(42.9%) 이후 13년9개월 만의 최고였다.
특히 귤값 상승률은 78.1%로 2017년 9월(83.9%) 이후 6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박(51.4%), 딸기(23.3%), 체리(28.0%) 등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과일 가격강세는 올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金)사과'로 불리는 사과는 마땅한 대체상품이 없는데다 수입이 어려워 당분간 가격부담이 불가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으로 병해충이 유입되면 생산이 줄고 비용이 들어 가격만 올려 결국 소비자 부담을 더 키우는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물량공급을 확대하고 할인지원에 나서 서민 장바구니 부담완화에 나설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달과 다음 달에도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와 할인지원에 모두 43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은 1080억원으로 다음 달까지 920억원을 쓰고 나면 상반기에 모두 소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반기 추석과 김장철에도 할인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 일각에서는 예비비 편성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정부는 아직 예비비 검토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인 지원과 함께 할당관세 등을 활용해 수입과일 공급을 늘려 수요를 분산할 것"이라며 "참외, 수박 등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과채류가 본격 공급되면 사과, 배 수요가 분산되면서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와 같은 과일 생산량 급감피해가 올해 재발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생산자 단체 등과 '과수 생육관리 협의체'를 조성해 냉해와 병해 예방조치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