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배 폭리 '알박기'…부동산 탈세 96명 세무조사 착수
150배 폭리 '알박기'…부동산 탈세 96명 세무조사 착수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4.03.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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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탓에 시행사 '사업지연' 취약한 점 악용…기획부동산 탈세도 조사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과세당국이 기획부동산, 무허가건물 투기 등 지능적이고 악의적인 부동산 탈세행위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시행사 이자부담이 커지는 점을 악용해 '알박기'로 개발을 방해하며 폭리를 취한 악질투기꾼도 타깃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부동산거래 신고자료, 등기자료 등을 분석해 선정한 부동산관련 탈루혐의자 96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부동산경기 하락세에도 고금리로 자금사정이 악화한 건설사와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부동산 관련탈세가 여전하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기획부동산·알박기 등 부동산 탈세로 서민생활에 피해를 주고 주거안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서 기획조사를 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대상에는 재개발 지역 주택·토지를 사들인 뒤 시행사로부터 거액의 명도비 등을 뜯어내고 세금을 탈루한 '알박기' 혐의자 23명이 포함됐다.

이들 중에는 소유권 이전을 해주지 않고 개발을 방해하며 취득가액의 150배에 달하는 수십억원을 용역비 명목으로 뜯어낸 사례도 있었다.

현재 부동산 개발은 사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시행사가 이자율이 높은 브릿지론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시행사가 사업을 지연시키는 '알박기'에 더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의 소유권을 수백분의 1로 쪼개 팔고 가공경비 계상, 폐업 등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지분은 소유권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공유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고파는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다. 특히 기획부동산에 속아 투자가치가 낮은 땅을 비싸게 살 경우 투자금이 묶여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조사대상에 오른 기획부동산 피해자 중에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 일용직·고령자 등이 수백명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기획부동산의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기획부동산은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하고 '확정전 보전압류' 조치로 탈세액만큼의 조세채권도 미리 확보하기로 했다.

재개발 지역의 무허가 건물 양도차익을 신고하지 않은 투기혐의자 32명도 과세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다.

부동산 거래과정에 회계상 손실이 누적된 부실법인 등을 끼워 넣는 등 편법으로 세금을 내지않은 혐의자 18명도 국세청 조사를 받는다.

◇맹지 장사로 폭리·탈세…생계비·노후자금까지 '꿀꺽'

기획부동산 법인인 A는 법인 명의로 살 수 없는 농지를 임원 명의로 싼값에 사들였다.

이 땅은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맹지'였다. 기차역과도 거리가 상당했고 그마저도 철길에 인접해 있어 사실상 개발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A는 땅의 지분을 작게 쪼갠 뒤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무차별 홍보에 나섰다. 1000만원 정도로 수익성 높은 땅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서민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A는 이런 방식으로 취득가의 3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임원 명의로 챙긴 양도차익은 다시 A 법인에 넘겼고, A 법인은 허위인건비 등을 계상해 세금을 탈루했다.

기획부동산 A법인 사례
기획부동산 A법인 사례

국세청은 A법인의 소득·등기자료 등을 분석해 탈세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A가 소유한 맹지 지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 중에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서민들이 수백명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자금을 '올인'한 60세 이상 고령자들도 다수 피해를 봤다.

지분의 수백분의 1, 수천분의 1을 투자해 소유권을 공유한 경우, 공유지분을 별도로 거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분을 함께 가진 모든 공유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 가능성이 없어 거래되지 않는 맹지 지분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사들였을 때는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C의 알박기 사례
C의 알박기 사례

B는 부동산 개발소식을 들은 뒤 '알박기'를 계획했다. 사촌 동생에게서 산 대지의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며 개발을 방해했다. 결국 부동산개발 시행사는 B의 대지소유권을 이전받기 위해 취득가의 150배에 달하는 돈을 '용역비' 명목으로 줘야 했다.

B는 이 돈을 특수관계법인을 통해 우회수령하는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C는 재개발지역 원주민으로부터 무허가 주택을 샀고 넉달 뒤 6배 비싸게 팔았다. 양도소득은 신고하지 않았다. 무허가 주택은 등기가 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과세당국의 촘촘한 과세망은 빠져나가지 못했다.

D는 부동산거래 과정에 수년간 결손이 누적된 법인을 형식적으로 끼워넣는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회피했다가 국세청의 조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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