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내리면서 취약차주 신용위험 확대될 가능성"
한은 "집값 내리면서 취약차주 신용위험 확대될 가능성"
  • 이보라 기자
  • 승인 2024.03.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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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업용 부동산관련 부채상환에 문제 생길 수도"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부동산 경기둔화로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이 저하되고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도 증대될 수 있다고 한국은행이 경고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의 경우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우려는 크지 않지만, 국내 금융기관 등의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부동산 PF 부실화 따른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우려"

한은은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실린 '부동산 시장관련 금융부문의 잠재리스크' 보고서에서 전국 주택 매매량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라며 이같은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이후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약화한 상황이다.

높은 수준의 아파트 매도물량은 향후 주택가격의 하방요인으로, 신생아 특례대출과 신규주택 공급물량 감소는 상방요인으로 각각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이에 기반한 유동화 증권의 부실화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부실화와 충당금 적립확대가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출연체율 상승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 기업에 대한 대출연체율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어, 잠재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시장 부진이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증대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한은은 가계의 자금조달이 주로 부동산 담보를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취약차주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취약차주와 비은행 금융기관 차주를 중심으로 계속 상승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지속된 점은 우려를 가중한다.

한은은 "개별부문의 시장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면서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금융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 부진의 영향을 면밀히 살펴나가는 동시에 중장기적 시계에서 누적된 불안요인을 경감해 나가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수요감소…연체율 상승"

한은은 보고서에 실린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와 과거 위기의 비교 및 시사점'에서는 국내 금융기관과 연기금의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은은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부채의 만기도래 규모는 5000억달러(약 658조원)를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기조가 지속될 경우 관련부채의 상환이나 차환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미국 상업용 부동산가격은 1년 전보다 5.9% 하락했고, 지난해 3분기 말 거래금액도 전년 동기보다 54%나 감소한 상황이다.

특히 도심지역 사무실과 아파트의 가격하락 폭이 컸다.

이는 그동안의 지속적인 가격상승에 따른 고평가 인식,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수요가 많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업용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현지 은행들은 주로 중소형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인 은행의 상업용부동산 대출비중이 12.8% 수준이지만, 1000억달러 미만인 은행의 대출비중은 35%에 달했다.

이미 관련대출 연체율이 2022년 3분기 0.64%에서 지난해 3분기 1.07%로 상승세를 보인다.

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와 비교하면 부실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기관과 당국의 대응능력도 개선됐기 때문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가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다만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주요국의 상업용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관련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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